김응철
김응철

남양주 용문산 용문사, 영동 천태산 영국사 등 전국의 주요 사찰에는 천년의 고목으로 성장한 은행나무들이 있다. 이들 나무들이 천년을 버티려면 튼튼한 뿌리와 곧은 줄기, 그리고 풍성한 가지와 잎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가지에 달린 잎들이 광합성 작용을 활발하게 하면 그것에 맞추어 뿌리가 같은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그러나 나무가 오래 살면 빗물이 새어들어 썩는 부분도 생기고 각종 조류나 곤충들이 둥지를 틀면서 구멍을 내고, 목질을 파먹는 경우도 생긴다. 고목들은 이렇게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것들을 내치지 않고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생명의 의지처가 되어준다. 환경 및 주변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나무는 오랜 세월 풍상을 견디면서 생존할 수 있으나 조화를 이루지 못한 나무는 빨리 생을 다하게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이러한 모습은 종교단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종교의 역사가 오래되면 될수록 주류 종교단체와 더불어 주변의 종교단체들도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나무가 크면 많은 생명들이 의지하고 살아가듯이 종교의 역사가 길면 그것에 의지해 살아가는 수많은 군상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종교의 본질을 훼손해 그 생명력을 단축시키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고, 그것을 정화하면서 새로운 발전의 동력을 확보하기도 한다. 나무는 천년을 생존하는 사례가 있으나 국가나 종교단체가 천년 왕국을 건설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적응하고, 더불어 새로운 모습을 갖추어야 생존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교도 500여 년을 주기로 크고 작은 일들이 중첩되면서 정법, 상법, 말법, 법멸시대를 반복하면서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모습들은 국가와 사회에 따라서 각양각색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는 세계 종교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촉진제가 되고 있다. 앞으로 불교가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는 오늘, 우리들이 어떤 공부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눈 푸른 납자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다.

[불교신문3634호/2020년12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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