庚子年 冬安居 結制

불기 2564년 경자년(庚子年) 동안거 결제가 시작됐다. 음력 10월 보름, 양력 11월29일 결제에 들어가 내년 음력 정월 보름, 양력 2월26일 해제 때까지 전국 100여 곳 선원에서 2000여 수좌들은 화두 참선에 매진한다. 

조계종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는 경자년 동안거 결제를 맞아 “산문을 폐쇄한 채 세상과 단절하고 정진하는 것은 오로지 나고 죽는 윤회의 고통에서 영구히 벗어나는 데 있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일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스스로 닦아서 스스로 증득해야 한다”고 설했다.

결제대중은 종정예하의 당부처럼 ‘한 생각을 터뜨려 생사를 마치겠다’는 일념으로 가행 정진하기를 당부한다. 석가모니 부처님 이래로 가장 수승하다는 간화선맥을 이은 종정예하의 법어는 산문을 걸어 잠근 결제 대중이 석 달 열흘 내내 가슴에 담고 정진해야 할 금과옥조다. “화두일념삼매(話頭一念三昧)의 경계가 오지 않고는 견성(見性)이 불가능하니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것”이라는 종정예하의 가르침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홍복이다.

진리를 찾아가는 화두 참선은 눈 밝은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점검 받아야 바른 길을 갈 수 있고 종국에 뜻한 바를 성취할 것이다. 정안을 갖춘 스승 만나기가 어려운 작금에 종정예하의 가르침은 눈 덮인 산에서 만나는 송죽이요, 캄캄한 하늘 길을 비추는 금성이다. 

또 하나 명심해야할 가르침은 지계청정한 생활이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누구를 스승으로 삼아야 하느냐는 물음에 “계로써 스승을 삼으라” 하셨다. 영명연수 선사는 보살계가 ‘수많은 성인을 세우는 땅이며 온갖 선을 내는 터전’이라 했다. 계가 청정하지 않으면 청정한 깨달음의 열매를 맺을 수 없으니 계율을 스승으로 삼으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00여 정진대중은 우리 종단의 기둥이며 한국불교 희망이요 재가불자들의 등불이다. 그 중에는 평생을 선원에서 산철 결제철 구분 없이 화두정진하는 수좌도 있으며 가람을 수호하고 대중을 외호하다 한 생각 쉬는 대중도 있을 것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함께 공부하는 대중이 부처님이며 스승이다. 힘든 정진 과정에서도 궂은 일 먼저 챙기고, 불편은 참으며, 이익 됨은 내려놓는다면 그 또한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출가하여 스님이 되는 것은 편안함이나 배부름을 구하는 것도 명예와 이익을 구하려는 것도 아닌, 나고 죽음을 면하며 번뇌를 끊고 부처님 혜명을 이어서 중생을 제도함”이라 했다. 생사를 여의는 공부 먼저, 중생 제도 후순위가 아니라 한 공간에서 함께 가부좌 틀고 공양 나누는 도반 챙기고, 솔선수범하는 생활이 바로 공부며 자비다. 

“석 달 동안 모든 반연 다 끊고, 삼시 세끼 먹는데 초연하고 옆도 돌아보지 말고, 오직 화두를 성성하게 챙겨서 팔만사천 모공에 의심이 사무치게 해야 한다”는 종정예하의 가르침을 받들어 내년 봄 산문을 나설 때 분별심이 사라지고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이루기를 기원한다.

[불교신문3634호/2020년12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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