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 청년들 바라보며
가르침 전할 수 있어 감사
코로나 이후 전법 고민필요

비대면 시대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사람들은 코로나 이후에 다른 세계가 전개될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무인 편의점에서 물건을 골라 혼자 결제하다 보면 정말 새로운 형태의 삶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법회가 취소된 이후, 이화여대 불교학생회 법회가 6개월 만에 재개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줌(ZOOM)을 이용한 온라인 대면 법회 즉, 온택트(Ontact) 법회를 시작한 것이다. 

언택트 시대에 온택트로 법회를 한다. 우리가 요즘 자주 사용하고 있는 이 ‘언택트’니 ‘온택트’니 라고 하는 단어는 사실 콩글리쉬라고 한다. 2017년 8월경 김난도 교수의 연구팀인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언택트’라는 단어가 만들어졌고, 2020년 코로나 시대에 ‘온택트’라는 단어가 유행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까지 불교학생회 법회는 불상이 모셔져 있는 작은 동아리방에서 의식 절차를 다 갖춘 법회였다. 

하지만 온택트 법회에는 불상이 따로 없기 때문에 각자의 마음속에 부처님을 한분씩 모시고 법회를 한다. 큰절은 반배로 바뀌었고, 예불은 생략되고 반야심경만 독송했다. 찬불가도 생략되고, 단지 청법가만 부른 뒤에 스님께 법을 청한다. 온라인법회의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처음에는 편안한 일상의 대화로 시작한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중간고사는 잘 보았는지, 지금 있는 장소는 어딘지, 요즘 고민은 무엇인지 등등을 물어보면서 편안한 대화로 시작했다. 줌을 통한 온라인 법회는 몇 가지 조작기술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상대방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손짓으로 문자로 물어보아야 했다. 상대방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설정의 오디오자동연결에서 ‘끄기’로 되어 있는 것을 ‘인터넷사용’으로 변경해야 했다. 여러 사람을 한 화면에 보려면 스마트폰 화면을 옆으로 밀면 되는데, 한 화면에 4명씩 보인다. 이정도의 조작기술을 익혔으면 줌법회를 할 수 있다. 대화를 나누는 중간에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법우님의 배경화면에 빵이 보였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배경화면을 바꾸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법우님이 그것을 보고 바로 라면을 배경으로 바꾸어 버리는 것이었다. 배경화면 변경에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겼지만, 부수적인 기능은 다음에 배우기로 했다. 법회를 시작하면서 회장 법우님이 본인의 화면을 전체 공유로 해서 모두 함께 반야심경을 독송했다. 줌에도 여러 가지 기능이 있어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줌 사용법을 서로 공유하고, 신입 회원을 위해 서로를 소개하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화면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익숙해지자, 대화의 주제를 불교 이야기로 전환했다. 법사 스님이 선정한 주제를 일방적으로 하는 법문은 관심을 끌기 어렵다. 법우들은 즉문즉설 형태의 법문을 훨씬 더 흥미로워하며 집중한다. 법우들에게 불교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고 그에 맞는 답변을 해주는 형식이다.

이번에는 회장 법우님이 <원각경>을 읽다가 궁금했던 부분을 질문했다. 질문의 요지는 번뇌는 허공 꽃과 같이 나타났다 사라지지만 깨달음은 허공과 같이 영원하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한 설명으로 거의 한 시간이 지났다. 청년 법우들은 진로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불교에 대한 관심이 많고, 포용적이고 자유자재한 불교적 관점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작은 화면 속에서 원거리에 있는 청년 불자들을 바라보면서 부처님의 법을 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법우들이 다음 주에도 온라인 법회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코로나 시대 그리고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불법(佛法)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를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불교신문3633호/2020년11월28일자]

효석스님 이화여대 지도법사·포교원 청년대학생 전법단 사무국장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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