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오늘] 절
[스님의 오늘] 절
  • 선행스님 영축총림 통도사 포교국장
  • 승인 2020.11.24 17:39
  • 호수 36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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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하고 간절한 마음…‘계수’ ‘귀명’
‘반배’란 표현, ‘저두합장’으로 바꿔야


송광사 율원서 출가 후 처음 해본 3000배 정진
구름위 날아오른 개운함…어찌 그리 맑아뵈는지
선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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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하는 것이 절이다.’ 절은 치성(致誠)과 경배의 대상이기에 그렇게 말해 본다. 간혹 사찰에 들르겠다는 인사말을 “절에 한 번 놀러 가겠습니다.” 불자들마저 무심코 그렇게 말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정색하지 않고 “사찰은 참배와 순례를 하는 도량인 만큼 오셔서 차 한 잔 하세요!” 그때서야 무색해 하면서도 수긍한다.

절은 대략 3배, 9배, 108배, 1080배, 3000배와 3보1배로 구분되며, 지극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해야하기에 계수(稽首) 또는 귀명(歸命)이라 표현한다. 특히 반배(半拜)라는 표현은 저두합장(低頭合掌)이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 중에 3000배는 각별한 의미를 더한다. 그간 몇 차례에 걸쳐 3000배를 했다. 

1992년 여름. 송광사 율원에서 공부 중에 여름 수련회 습의사로 참여했다. 4박5일 동안 묵언정진과 회향 전날에는 철야로 300 배를 하는데도 지원자가 많아 몇 대 일의 경쟁을 거쳐야 했다. 회향 전 날. 출가해서 처음으로 3000배를 했다. 때마침 중진 스님 한 분이 아무런 예고 없이 동참하셨다.

맨 앞에서 절을 하는 만큼 여법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처음 108배는 느리다 싶더니 이후에는, 속담에 ‘꽁지에 불붙은 장닭 마냥!’ 내리 절을 하셔서 젊은 내가 따라하지 못해서야 되겠나 싶어 똑같이 보조를 맞췄다. 밤 9시부터 시작하여 108배할 때마다 옮겨 놓은 염주 30알이 한쪽으로 모두 채워졌다.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고 마친 시간이 새벽 2시가 채 되지 않았다. 평소 웬만해서 땀이 적은 편인데 그날은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몸은 너무나 가볍고 개운한 느낌에 구름 위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회향 후 한동안 많은 분들로부터 위로와 함께 여러 통의 편지까지 받았다.

1995년 통도사 율원에서 공부할 때는 통도사와 해인사에서 스님들 수계산림의 인례 소임을 보았다. 3주간 교육에 3보1배와 회향 전날 밤에는 어김없이 3000배를 했다.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맨 앞에서 혼자 시범을 보이듯 하게 되었다. 이후 당시 수계한 스님들로부터 종종 인사 겸 덕담을 들었다. “3000배를 마친 모습이 어찌 그리 맑아 보이던지 기억에 남습니다.”

1998년 가을. 은해사 삼장 경학원에서 공부하던 중에 스님들 수계산림의 인례소임을 통도사에서 보았다. 그때 했던 3보1배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산문에서 대웅전까지 2km쯤 되는 거리를 맨 앞에서 혼자 시범을 보였다. 1km쯤 왔을 때는 땅에 무릎이 닿을 때마다 온몸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중단하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포기하려는 수련 스님들까지 챙기는 입장에서 도저히 낙오할 수가 없었다.

후에 알았는데, 무릎에 도톰한 헝겊을 대었어도 무방한 일이었단다. 수계식을 마치고 열흘 쯤 지나 우연히 무릎에 딱지를 확인하고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들고서야 3보1배의 훈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도 회향 전날 맨 앞에서 혼자 3000배 시범을 보였다.

엊그제 주말에는 불교대학 강의하는 반에서 1080배를 했다. 20년 넘게 이렇다하게 절을 한 일이 별로 없었기에 내심 불안한 생각도 있었다. 다행히 보름 전에 미리 예고했기에 새벽마다 108배를 한 덕이라 여겨진다. 당일엔 일찍이 강원에서 함께 공부하고, 지금은 종무소 소임을 함께 보고 있는 소임자로서 평소 기도와 절을 일관해온 스님까지 흔쾌히 동참한 자리였다.

행여 동참하지 못한 분들과 위화감이 있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몇몇 불가피하게 오지 못한 분을 제외하고 거의 동참해서 낙오 없이 회향했다. 축원을 마치고 돌아서서 마주한 순간 한결같이 환한 모습에 되레 이쪽에서 감동이었다. 흐뭇한 주말이었다. 

[불교신문3631호/2020년11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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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식 2020-12-27 23:13:25
나무 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