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덜고 과분한 탐욕 없는 만족
수행자에겐 더없이 수지해야 할 덕목


강의하며 경문 핵심에 경험 넣어 파격 주었더니
호응도 좋고 공부 안목 새로 생겨 만족 그 자체

선행스님
선행스님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지족(知足)이다. 자세히는 소욕지족(少欲知足), 곧 욕망을 덜고 과분한 탐욕을 일으키지 않는 만족이요. 수분지족(守分知足) 곧 분수를 지켜 만족할 줄 안다는 것이기에, 수행자에게는 더없이 수지(受持)해야 할 덕목이겠다.

요즘 불교대학에서 여러 강좌를 강의한다. 매주 <금강경>, 선어록 그리고 발췌한 경문을 강의하는 세 반과 더불어 이따금 특강까지 더하면, 전체 열두개반을 수업하는 셈이다.

그동안 강원에서 강의하던 방식에 익숙하기에, 불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강의하면서 재미없고 때로는 지루하다는 지적에 가까운 평을 종종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전은 재미로 하기보다는 신심으로 바르게 공부해야 한다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특히 BBS불교방송에서 2006년도에 <원각경>을, 2018년도에는 천태스님의 <법화문구>를 정리하여 <법화경>을 5개월여 방송하고, 2019년도엔 2006년도에 4개월여 방송한 원각경을 다시 재정리하여 2개월여 강의했다. 

세 번 모두 경문에 충실한 마음으로 임하다 보니 다소 어렵고 전문적이라는 청취소감을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러한 틀을 고수하기보다는 나름의 방식으로 시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서 해당 경문의 핵심을 정리하여 그간의 경험과 부연된 내용으로 약간의 파격을 주고 있다. 예상 이상의 호응에 내심 안도의 숨을 쉬었다.

우선은 즐거운 표정이 좋단다. 그렇다. 애매하긴 해도 어쩌면 은퇴할 시기에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더욱이 일상 하던 공부의 연장선이라 여겨져 스스로 용기가 더해지는 느낌이다. 몇 과목을 강의준비하면서 때때로 새로운 시각과 안목으로 보게 될 때면, 그 무엇을 처음 발견한 것처럼 기뻐하는 감정이 전달된 것 같아 흐뭇하다. 지금의 심정은 강의한다기보다는 새로이 배운다는 표현이 낯설지 않다.

2013년 봄. 대만에 어학을 공부하기 위해 출국했다. 그때는 거의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심정이었다. 결심하기까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새로 출가하는 각오였기에, 그간 중국어에 대한 갈망이 더해져 열심히 공부했지 싶다. 어느 날 가르치던 선생님으로부터 ‘총명(聰明)’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소득이 있다.

그동안 강의하는데 익숙했던 사고를 공부하고 배우는 자세로 전환되듯 뒤바뀌어진 사고와 태도였다. 그래서일까 요즘 강의하면서도 배운다는 생각이 더 든다. 하지만 여러 과목인데다가 많은 반을 강의하다 보니, 행여 무엇을 굉장히 갖춘 것처럼 비춰질까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즐겁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분에 넘쳐 보이지는 않을까 해서다.

언젠가 방송에서 한때 장학퀴즈를 진행했던 아나운서의 소감을 들었다. 사전에 해당 문제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진행했다고 한다. 이후 답을 맞춘 학생 못지않게 박학다식하게 인식되어 부담스러웠다는 회고였다. 아마도 강의 듣는 분들 중에 나의 역량 이상으로 판단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다. 해서 스스로 넘치지 않기를 다짐한다.

주말에는 사중에서 유명한 재즈보컬리스트의 재능기부로 펼쳐진 공연을 관람했다. 산문 중간에 위치한 쉼터인 송수정(送愁亭), 곧 근심을 내려놓는다는 편액에 걸맞게 2시간여 공연을 관람하고 한결같이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보고 그간의 시름을 한 순간에 떨쳐내는 듯싶어 기뻤다.

누가 그랬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공자는 배우고 익히는 것이야말로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 했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싶다. 한때 뜬구름이라도 잡을 듯한 패기와 용기로 걸망 하나에 의지하여 만행하던 그때 못지않게 즐겁고 만족한 심정이다. 

[불교신문3629호/2020년11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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