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는 오직마음으로 만들어져

윤회 원인은 나에 대한 집착
8식의 근원이 무상함을 보면
마음의 소멸인 멸성제 터득

등현스님
등현스님

윤회를 일으키는 업의 근본 원인은 아(我)에 대한 집착이다. 아에 대한 집착의 의지처는 제8식이므로 이 8식의 근원이 무상함을 보면 마음의 소멸인 멸성제를 터득하게 된다. 마음은 또한 아는 마음인 심왕과 알려진 내용물인 심소의 합이다. 아는 마음은 심소에 의지해서 전오식과 제6, 7 마나스식 그리고 알라야식에서 일어난다.

알라야식의 기억들을 나와 동일시하거나,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집착된 마음이 바로 7식이고, 그 7식이 제8 알라야식을 소재와 대상으로 삼아 주관적으로 투영시킨 것이 바로 대상을 아는 마음과 알려진 내용물(심소)이다. 

알려진 내용물인 심소는 마음이 향유하는 대상들인데 그것들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느낌을 향유하는 것(受), 둘째, 판단 분별하는 작용들(想), 그리고 셋째, 느껴진 것들을 판단해서 이로운 것은 취하려 하고, 해로운 것은 멀리하려는 욕망들(行), 이 모두가 제7 아애식에 의해 충돌되어진 욕구들이다. 이들은 원하는 대상에 대해 마음을 기울이게 하고, 욕구하게 하는 것이다. 알려진 내용물인 수상행의 심소는 다시 6종류로 나눠지고 모두 51가지이다. 

5가지 변행심소(遍行心所)는 촉·작의·수·상·사이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수상행인데 마음이 일어날 때 항상 같이 일어나므로 5 변행심소라 한다. 또한 대상에 따라 다르게 일어나는 심소를 5별행심소(別行心所)라 하는데 욕·결심·념·정·혜이다. 대상의 표상을 경험하면 바라는 마음(욕, chanda)이 발생하고, 그것을 취하기로 결심하면 그것을 얻는데 방해되는 요소들을 늘 알아차려 버려야 하는 것을 염, 그것이 순일하게 지속되면 정, 그 정속에서 지혜가 발생한다. 

열반으로 인도하는 유익한 선심소는 11가지인데 그들은 신·참·괴·무탐·무진·무치와 근·안·불방일·행사·불해이다. 삼보와 연기를 믿는 자(信)는 양심의 부끄러움(慙)도 알고, 세상 사람들에 대한 연민심(不害) 때문에 사람들의 비판을 기꺼이 수용(壞)하여 고친다.

이들은 표상이 알라야식의 허상임을 알아(無恥) 탐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분리할 줄 안다. 부지런히 노력하여(勤 편안함에 들며(輕安) 게으르지 않아(不放逸) 정혜가 균등한 고락희우가 버려진 사선정(行捨)에 이른다. 이들이 열반에 이르는데 유익한 11심소이다. 선(kusala)이란 알라야식의 현현인 표상들이 실체가 아님을 아는 것이다.

번뇌(kles.a)와 윤회로 인도하는 심리적 상태는 근본번뇌 6가지와 수번뇌(upakles.a) 20가지이다. 근본 번뇌는 탐진치와 만·의·악견이다. 자아가 있다고 오해하는 것이 치(痴)이고 자아에 속한 것을 탐하거나 싫어하는 것이다. 타인의 자아와 비교함이 자만(慢)이고, 자아없음을 의심하면 의(疑), 자아에 대한 여러 견해들을 악견이라 한다. 이처럼 근본번뇌 6가지가 모두 자아에 대한 미혹에서 발생한다.

11가지 수번뇌는 탐진치의 다양한 표현이다. 그중 간탐(慳)·교만(憍)은 탐의 표현이고, 분(忿)·한(恨)·뇌(惱)·질투(嫉)·해(害)는 진의 여러 가지 형태이고, 감춤(覆)·속임수(誑)·아첨(諂)은 탐과 치를 기본으로 한 변형된 모습들이다. 무참(無慚)·무괴(無愧) 2가지는 불선에 두루 하는 마음이고, 들뜸(掉擧)·혼침(昏沈)·불신(不信)·해태(懈怠)·방일(放逸·실념(失念)·산란(散亂)·바르게 알지 못함(不正知)등의 8가지 대수번뇌는 모든 번뇌에 두루 하는 수번뇌이다. 후회(悔)·수면(眠) 관찰(尋)·살핌(伺)의 4가지는 경우에 따라 선, 번뇌, 무기로 바뀌기에 부정(不定)이라 한다. 

전오식이 대상을 경험한 것을 판별한 6식 등이 낙사하여 알라야식에 저장되는 것을 현행훈종자(現行熏種子)라 하고 이러한 복과 비복의 업과 선정을 닦은 것들이 정보로 기억되어 있다가 습기(習氣, vāsana)로 바뀌어 지는데, 자아에 대한 집착인 아집습기와 개념과 표상에 대한 명언 습기가 그것이다(종자생종자 種子生種子). 이들이 다시 조건을 만나서 5경과 5근으로 드러나는 것을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이라 하고, 이것을 3계는 오직마음 (citta matra, 三界唯心) 또는 일체가 마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 한다(一切唯心造). 

[불교신문3629호/2020년11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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