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과학자가
우리의 간화선을
티베트 불교수행을 분석하듯
분석하겠다고 하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달라이 라마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성스러운 종교의 영역에
경망스럽게 무슨 실험이고
검증이냐고 일갈해야 할까?

윤성식
윤성식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라고 이름 지어진 사람이 있다. 미국에서 뇌 과학자가 행복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조사한 결과 어떤 티베트 승려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로 명명됐다. 행복을 이런 식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학적으로 행복을 연구하는 방법에 희망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는 있다.

서양과학이 불교의 수행법에 관심을 가지고 티베트 승려를 대상으로 연구하려고 하자 당연히 반발이 일어났다. 종교의 성스러운 영역에 현미경과 뇌파검사기는 불경스러운 물질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승려를 설득한다. 과학적 연구결과에 의해 불교 수행의 장점이 입증된다면 오히려 불교에 좋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의 적극적인 자세에 힘입어 티베트 승려를 대상으로 한 과학적 연구가 줄을 이었다. 또한 동남아시아에서 아직도 맥을 이어가고 있는 부처님 수행법인 위빠사나에 대한 연구도 광범위하게 수행됐다. 위빠사나 수행은 마음챙김 혹은 알아차림(mindfulness) 명상으로 우리나라에도 최근 활발히 소개됐다.

과학적 연구로 인해 불교명상의 장점은 물론이고 명상이 뇌와 인간에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영향을 미치는가가 규명되기 시작했다. 불교명상법이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정신질환의 치료법으로 미국 의학계가 수용하게 된 데는 이러한 과학적 연구결과가 큰 역할을 했다. 이제 미국에서 불교명상처방은 보험비용으로 인정된다.

조계종의 간화선은 전세계에서 아마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수행법일 것이다. 중국의 조사선 중 하나인 간화선은 우리 불교의 긴 세월을 관통한 수행법이다. 최근 중국이 불교에 관심을 갖고 불교를 다시 중흥하려고 하지만 중국의 불교는 그동안 공산당 치하에서 거의 소멸 단계에 이른 것은 사실이다. 중국불교가 만약 살아난다면 간화선도 살아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수행법 중 오직 간화선만이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 간화선이 그 중 하나만 되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과학자가 우리의 간화선을 티베트 불교수행을 분석하듯 분석하겠다고 하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달라이 라마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성스러운 종교의 영역에 경망스럽게 무슨 실험이고 검증이냐고 일갈해야 할까? 조계종이 모든 소속 출가자에게 연구에 응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다고 해도 과학적 연구를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간화선에 대한 연구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알아차림 명상과 비교한다면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나오거나 더 뛰어나다고 나오거나 열등하다고 나올 수 있다. 간화선이 알아차림 명상보다 더 뛰어난 명상법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다면 한국불교는 세계불교에서 최고의 위치를 점유하게 될 것이다. 유일한 간화선 수행처로서 전세계에서 수행자들이 몰려 올테니 말이다.

알아차림 명상이 간화선보다 더 나은 방법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면 우리는 매우 당황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간화선과 알아차림 명상이 경쟁할 것이다. 알아차림 명상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전파됐기 때문에 간화선이 경쟁에서 불리함은 명백하다.

대만의 불광사는 다양한 수행법을 모두 인정한다고 한다. 한국불교가 미래를 생각한다면 수행법에 대한 고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간화선만을 고집할 것인지 다른 수행법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교육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불교신문3624호/2020년10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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