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급·3급 승가고시 논술 우수자 답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종단 스님들은 각급 ‘승가고시’를 통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점검하고 재발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계종 교육원은 9월25일과 5월15일 각각 실시된 2급과 3급 승가고시 논술 우수자 답안을 공개하며 향후 2급과 3급 승가고시를 준비하는 제방 스님들의 이해를 돕고 각 분야에서 더욱 정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조계종 교육원과 본지는 3급 승가고시 논술 우수자로 선정된 성진스님(비구)과 2급 승가고시 논술 우수자 도원스님(비구니)의 답안을 요약해 소개한다.
 

종단 스님들은 각급 승가고시를 통해 자신의 공부를 점검하고 재발심하는 시간을 가진다. 사진은 지난 5월 실시된 3급 승가고시 시험 모습.
종단 스님들은 각급 승가고시를 통해 자신의 공부를 점검하고 재발심하는 시간을 가진다. 사진은 지난 5월 실시된 3급 승가고시 시험 모습.

3급 승가고시 논술
우수자 성진스님(비구)

성진스님
성진스님

문제  현대사회는 분노표출로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대인의 진심(嗔心)을 다스리는 불교적 방법에 대해 서술해 보시오.

답변  오늘날 급격한 산업화와 과학기술 발전으로 현대인들이 뒤처지지 않으려다보니, 외부환경이 주는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에너지를 ‘화’나 ‘분노심’으로 표출한다. 

먼저 현대인들의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언급하겠다. ‘화'가 표출되어졌을 결과는 첫째, 아무리 화려하고 멋진 옷을 입어도 여법하게 보이지 않는다. 둘째, 편안한 잠자리에도 괴로움으로 잠을 못 이룬다. 셋째, 분별력을 잃어 악을 선으로 착각하고, 오히려 선한 것을 악한 것으로 잘못 인식한다. 넷째, 어렵게 모은 재산을 잃어버리고, 법원 소송 등에 휘말리게 된다. 다섯째, 명성과 명예를 잃어버리게 된다. 여섯째, 친구나 친척 등 주위 사람들로부터 왕따를 당한다. 일곱째, 신·구·의 3업으로 업을 지어 다음 생에 지옥에 떨어지거나 열등한 존재로 태어난다. 

‘손씻기’와 ‘마스크 쓰기’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미리 예방 할 수 있듯이, 위의 ‘내용을 이해하고 숙지함’은 분노를 표출하는데 미리 예방할 수 있다. 다음은 진심 다스리는 불교적 방법론에 대한 서술이다. 

1. 알아차리기(念, sati → mindfuless로 번역)

화가 났을 때, ‘아! 내가 지금 분노 속에 휩싸여 화를 내고 있구나!’하고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알아차린다. 나를 분노하게 만드는 대상(경계)에 집착하지 않고,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고 집중해서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습관을 들이면, 힘이 생겨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 ‘자기 통제(self-control)에 대한 확신감’을 갖게 되면, 화가 나더라도 스스로 화를 자제한다. 이 연습은 불교의 핵심 수행법인 ‘회광반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상(경계)에 끌려가지 않고, 돌이켜서 그 ‘분노에너지’로 오히려 나 자신을 비추어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2. 관세음보살 염불 및 자애명상(lovingkindness Meditation)

관세음보살 명호를 계속 외우는 ‘칭명염불’이나 관세음보살을 찬양하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큰소리로 독경하는 것도 진심을 다스리는데 도움 된다. 혹은 자비와 사랑이 담긴 ‘찬불가’를 부른다. 이런 염불 등을 열심히 하다보면 선정에 들 수 있고, 환희심을 낼 수 있다. 염불이나 찬불가 부르는 습관이 길러지면, 단순히 염하는 것을 넘어 ‘염불하는 나 자신이 관세음보살님의 대자대비심을 내어 살아야 겠다’라는 발원을 하게 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애명상’을 평소에 꾸준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자기 친절(=자기사랑 명상)

이 수행법은 불교심리학이나 각종 명상수행법에서 많이 이용한다. 예를 들면, 어떤 수행자가 신체 부위 중 어느 부분에서 화가 많이 느껴지는지를 관찰하고 그 신체 부위(머리 부분)를 쓰다듬는다(마치 아기를 쓰다듬듯이). 화를 억지로 참거나 없애려 하지 말고, 분노를 진정시켜 서서히 사라지게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4. 미소명상

미소 짓는 연습을 하면, 실제로 웃을 일이 많이 생긴다. 실제 의학적으로도 증명되었는데, 억지로라도 미소 짓는 연습을 반복하면, 화를 다스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5. 느림명상

현대인들은 빠른 데 익숙하다. 생각대로 빨리빨리 일 처리가 안 되면, 그 스트레스 등에 대한 저항 심리로 분노를 자주 표출한다. 너무 늦지 않되, 침착하게 집중해서 일을 처리하는 연습을 일상생활에서 연습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지난 9월 실시된 2급 승가고시 시험 모습.
지난 9월 실시된 2급 승가고시 시험 모습.

2급 승가고시 논술 
우수자 도원스님(비구니)

도원스님
도원스님

문제  코로나19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 사회·경제·문화·종교 등에 많은 영향이 미치고 있다. 불교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트 코로나, 불교의 포교방향’에 대해 서술하시오.

답변  <수타니파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나아가라’ 오탁악세의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해 오롯이 정진하라는 의미이다. 2020년 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사회에 언택트(untact) 시대로 변화되었다. 우리 불교계도 언택트 신행이 거론되는 시대에 이 수타니파타의 구절이 맞다고 본다. 

불교에서는 보통 수행이란 선방과 같은 수행처에서 지도법사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물론 각 가정에서 개별수행·신행활동이 있지만 스님들이 있는 사찰 활동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사찰로의 접근이 쉽지 않고,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것이 꺼려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불교수행·신행문화를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바깥활동이 제한된 상황을 고려해볼 때, 불교도 인터넷과 온라인상에서의 수행과 기도를 들 수 있다. 유튜브를 비롯한 미디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검색 동향을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인해 ‘불교’ 관련 유튜브 키워드 검색량 또한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불교계는 아직 걸음마 수준 정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불교계 미디어 포교 발전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우리 사찰에만 해도 작년(2019년) 어린이 여름불교학교를 기준으로 어린이법회를 개설하였다. 어려운 시골 농촌에서 포교의 원력을 세우고 어린이법회를 시작해서 6개월 정도 하니, 어린이법회 인원수가 25명 가량 되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했던 코로나19로 인해 법회가 멈추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길 기다렸는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 손 놓고 기다릴 수 없어, 프로그램을 배워서 어린이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유치원생이나 저학년들은 부모님의 도움 없이 자발적 참여가 어렵고, 고학년생 위주로 온라인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걱정 반 우려 반 속에서 온라인법회를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아이들 반응이 좋았다. 이 작은 시골에 위치한 사찰에서도 진행하는 온라인법회의 효과가 나타나는데, 하물며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에 위치한 대형사찰에서의 온라인법회는 그 효과가 몇 배 이상으로 될 거라고 본다. 

이제 시대 흐름에 맞는 변화와 설법의 현대화, 용어의 재정비 등 전반적인 불교수행·신행의 콘텐츠의 정비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비록 코로나19 때문에 불교계 미디어 포교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지만 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맞게 차별된 영상 콘텐츠를 통해 불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세상에 불교를 홍보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3623호/2020년10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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