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이들에게 부처님 가르침 전한 불교학자
목마른 이들에게 부처님 가르침 전한 불교학자
  • 이성수 기자
  • 승인 2020.10.22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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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번역하며 정진한 박상준 위원
동문 지인들, 뜻 모아 ‘몽유록’ 펴내
경전 번역을 수행의 도반으로 삼아 정진한 고 박상준 역경위원.
경전 번역을 수행의 도반으로 삼아 정진한 고 박상준 역경위원.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역경원에 근무하며 한글대장경 역경위원과 한국불교전서 번역위원으로 활동하다 2019년 9월 갑작스런 병환으로 세상을 떠난 불교학자 진효(眞曉) 박상준. 빈곤와 병고에 시달렸지만 부처님 가르침을 향한 발걸음에는 한 치의 주저함도 흔들림도 없었던 학자였다. 그릴 기리며 동문과 지인들이 뜻을 모아 유고집 <몽유록(夢遊錄)>을 출간했다.

이 책은 박상준 역경위원의 꿋꿋한 기상과 발자취를 기억하고자 생전에 인연 닿은 곳에 기고했던 원고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경전 구절과 한시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모두 깨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한바탕 꿈 속 나들이 중이라는 그의 이야기가 그리움을 더욱 갖게 한다.

박상준 역경위원은 어릴 적 사고로 오래도록 아팠다. 반복되면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게 세상 이치지만 고통이란 평생을 같이 해도 익숙해지기 쉽지 않다. 마음 편히 잠 한번 자길 간절히 원하지만 도통 이루어지지 않는 꿈과 같았다.

그럼에도 박상준 역경위원은 그런 시간들마저 유심히 마주보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담은 글을 정리해 세상에 내놓은 일에 매진했다. 그런 원력으로 학문의 깊이를 더하는 불교학자의 길을 걷는 힘이었다. 또 그것은 그에게 수행의 또 다른 방편이었다.

“스님들의 시나 게송은 명약”

중생에게는 절실한 물 한잔

역경위원 번역위원 등 역임

박상준 역경위원은 이러한 마음을 생전에 다음과 같이 표현한 적이 있다. “사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러다 불교를 알게 되었고, 어쩌다 한문을 공부하게 되었고, 그 길에서 주운 시구(詩句) 하나 게송(偈頌) 한 구절에 기이하리만큼 마음이 편안해지고 통증이 가라앉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게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해서 일어났으니, 아름다운 시나 경전 속 게송 한 수는 나에게 명약이요, 아픔을 함께한 둘도 없는 벗이었다.”

박상준 역경위원에게 스님들의 시와 게송이 무엇 이길래 그토록 ‘명약’이 되었을까? 박상준 역경위원은 시를 두고 “아픔의 절제된 표현이고, 게송은 한곳에 꽂혀 옴짝달싹 못하는 마음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 뻥 트이게 하는 힘이 있다”고 밝히곤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시와 게송에 배경 설명을 붙이고 감상을 더할수록 군더더기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는 까닭에 대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을 위해서”라고 마음을 드러내었다.

이와 더불어 “나도 중생, 너도 중생, 둘러봐도 모두 중생뿐이라면 ‘말’을 전하지 않고서 어떻게 해탈과 열반을 짐작할 수 있겠느냐”는 박상준 역경위원은 경전이나 게송에 해설을 붙이고 설명을 하는 일이 목마른 중생에게는 무엇보다 절실한 물 한잔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에게 기쁨이 되어준 일이 남들에게도 기쁨이 될지 모른다는 따뜻한 마음, 꿈 속 나들이 같은 소중한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전해진다.

박상준 역경위원은 1961년 제주도 대정읍 무릉리에서 태어났다. 1983년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해 불교학을 공부했다. 고(故) 송찬우 전 중앙승가대 교수에게 사사(師事)하고, 1991년 김천 직지사 중암으로 출가해 한 때 스님의 길을 걷기도 했다. 이 때 대강백으로 존경받는 관응(觀應)스님을 시봉하며 교학을 연찬했다.

법의(法衣)를 벗고 다시 세간으로 돌아온 뒤에는 동국대 역경원에 근무하면서 한글대장경 역경위원과 한국불교전서 번역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전문연구원으로도 일했다. 신심과 실력으로 역경과 번역에 매진하던 그는 안타깝게도 2019년 9월18일 향년 58세를 일기로 세연을 다하였다.

‘꿈같은 인생을 노닐다’가 떠난 박경준 위원의 유고집 <몽유록>의 마지막 부분은 그가 미처 전하지 못한 마지막 인사이다. “… 이제 작별인사를 드리고 무대를 내려올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판의 연극에 동참해 함께 울고 웃었던 모든 분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다들 안녕하시길.” 이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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