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힘든 여러분께 ‘신중파워!!!’
코로나19로 힘든 여러분께 ‘신중파워!!!’
  • 장영섭 기자
  • 승인 2020.09.16 09:01
  • 호수 3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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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 그리는 비구니 서주스님

카툰과 일러스트로
불교 의미 쉽게 전달
“정법 담은 그림으로
신심 증장할 수 있길”
서주스님은 캐릭터 ‘다워니’를 주인공으로 한 ‘신중파워’ 엽서를 만들어 주변에 보시하고 있다.
서주스님은 캐릭터 ‘다워니’를 주인공으로 한 ‘신중파워’ 엽서를 만들어 주변에 보시하고 있다.

과거엔 운동권 대학생이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해 총학생회장 선거에도 나갔다. “‘데모질참 많이도 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이래저래 방황하다가 서른이 다 되어 서울대 의류학과에 다시 들어갔다. 아마도 이런 걸 역마살이라고 할 것이다. 국내 최고 대학에 들어가 놓고는, 제 발로 걷어찼다. 학교에 계속 안 나가서 제적당했다.

집안도 천주교였고 불교와는 전혀 끈이 없었다.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서 봤던 불교는 염세적이다, 삶을 고통이라 가르친다가 유일한 정보였다. “그때는 무심결에 흘려 넘겼는데 나이 들고 보니 삶이 정말로 고통이더라.”

어느 날, 함께 지지고 볶던 친구가 날린 말이 결정적으로 삶을 뒤틀었다. “너는 네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운명이었는가 보다. 서울 화계사 홈페이지 문패에 적힌 ‘Who am I?'라는 단순한 문구가 폭풍처럼 밀려들어왔다.

계룡산 무상사 34일 결제에 참여했다가 그 길로 경주 흥륜사에서 출가했다. 이때가 서른한 살 때였고 지금은 마흔 여섯 살인데, 여전히 스님으로 잘 살고 있다. 94일 청주의 도심포교당 보산사에서 만났다. 도도하고 강단지다. 뒤에서 보면 남자의 걸음걸이다. 그림보다 인생이 더 재미있는 스님이다.

비구니 서주(西珠)스님은 카툰 작가다. 2017년 불교신문 주최 10.27법난 문예공모전 만화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도 출품했고 개인전도 열었다. 캐릭터 다워니를 개발했다. 수묵화풍의 동자승이다. 휴대폰에다 전자펜으로 그림을 그린다.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후 3년 기도를 했는데 짬짬이 께적이던 것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의외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지금껏 그리고 있다. “카툰이나 일러스트를 이용하면 표현이 좀 더 자유로워지고 너무 무게감을 가지지 않아도 돼서좋다. 무엇보다 불교적인 내용을 한결 쉽고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다.

요즘은 엽서 나누기 운동을 한다. 이름 하여 신중파워.’ 다워니가 장풍을 날리는 모습을 하며 코로나19’ 퇴치를 기원한다. 신중(神衆)은 불법을 수호하는 여러 신을 의미한다. 전통회화에서는 최대한 무섭게 그린다. 흉악한 마구니들을 상대하려면 어쩔 수 없다.

저는 그 모습을 귀엽게 변형하고 싶었어요. ‘신중이라는 말에 힘과 용기를 준다는 뜻으로 파워를 붙였죠. 보는 분들이 기운이 (up)’된다고들 하시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타종교인들도 호감을 가져서 기쁘다.

일전엔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에서 새내기 대상 불교동아리 홍보에 쓸 수 있게 해달라며 그림을 요청했다. 그만큼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물론 돈 벌고 인기 끌자고 그리는 그림은 아니다. 수행의 방편일 뿐이고, 누군가 원하면 그려서 주자는 마음일 뿐이다. 청년포교라고 해서 따로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많은 어른들이 생각하듯이, 청년들은 결코 어리거나 가볍거나 생각이 짧지 않습니다. 동시에 청년포교라고 해서 뭔가 대단히 새롭고 감각적이어야 한다는 것도 편견이에요. 스님들에게 깊은 수행력이 있다면, 굳이 포교라고 하지 않아도 불교는 세상에 저절로 회자되고 사람들은 불교를 공기처럼 호흡할 겁니다.”

서주스님은 종교학과로 전공을 바꿔 겨우겨우 대학을 졸업했다. 중국 선불교의 한 종파인 위앙종을 공부하려 미국으로 떠나려는데, 역병이 가로막고 있다. 누구에게나 미래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계속된다.

예전에 전시회를 할 때 어느 분이 제 작품을 보시더니 우시더라고요. 바닥났던 신심(信心)이 다시 생겼다고. 내가 그림을 그려도 되는 이유가 있기는 한 것 같아요. 더불어 내 손끝에서 불법승이 표현되는 거라면, 모름지기 정법을 그려야지요.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정법 아닌 것은 털끝만큼도 그려선 안 되고요. 그러려면 제가 열심히 수행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청주=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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