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하면 주기별 회의와 갈등의 기로
눈뜨면 머리부터 만져봤던 옛 스님들…


강백 스님 특강 경전 몰입…화엄경 회향
출가 후 처음으로 기로에서 벗어난 순간

선행스님
선행스님

몸과 마음에, 병으로 겪는 괴로움과 고통이 병고(病苦)다. 곧 병은 몸으로 겪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포함하기에, 몸으로 겪는 고통이 동시에 심정마저도 아프고 저리게 한다는 뜻이겠다.

4년에 한 번 주기로 대수술을 받는 스님이시다. 20대 초반부터 선천적인 청각 장애로 지금까지 무려 열 차례 넘게 수술을 했다는데, 평소 그러한 장애로 대수술을 한 느낌을 조금도 감지할 수가 없다. 일상이 자연스럽다. 물 흐르듯 그저 몸에 배인 기도와 정해진 시간에 사경(寫經)을 겸해 간경(看經)하는 모습이 너무도 편안해 보인다. 연륜과 경륜이 더할수록 내공(內攻)과 정진력이 몸으로 익혀진 모습 그 자체다.

스님으로부터 풍기는 평범함은 보통 생각하는 그런 평범한 감상이 아니다. 힘겨운 병으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뇌 속에 갈등과 고통으로 힘들었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본인의 특성과 한계를 넘어서기까지 끊임없는 정진으로 승화된 모습이라 생각하니 경외심과 함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2009년 지금과 같이 불교신문에 꼬박 1년을 연재하면서 한 번도 수월하게 원고를 쓴 일이 없다. 매번 몸부림치듯 온몸으로 쓴 느낌이다. 그에 따른 고심은 고스란히 몸으로 전달되어 원고 쓰는 내내 피부병으로 이어졌다. 하필 한 밤중 자정을 전후해서 2~3시간동안 온몸에 가려움과 통증이 동시에 느껴질 때면, 불쑥 극한 생각을 할 정도였다.

어느 날 문득 “선(禪)에 관한 내용을 연재하면서 정작 그동안 걸망지고 만행한 참선은 무엇이었던가?” 자책감이 드는 순간. 그날부터 통증이 시작되는 즉시 좌선을 했다. 그렇게 1년 여 진정을 하며, 때마침 인연된 의사분의 세심한 보살핌으로 치유를 했다.

돌아보면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고비라 생각된 시기에 이런저런 회의감이 들 때 마다 어김없이 몸의 병도 함께 겪었다. 1990년 한 여름. 출가해서 5년이 되던 해. 강원을 졸업하고 별도로 <화엄경>을 공부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경전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고 마음의 갈등과 회의감이 불현듯 밀려들 무렵, 뜻하지 않게 한여름 몸살 감기로 꼬박 일주일을 몸져누웠다.

문제는. 막상 몸이 말짱해졌음에도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해 공허함과 함께 회의감에 빠진 일이었다. 난감할 즈음. 각성 강백 스님께서 감산스님의 저술 <중용직지>를 교재로 범어사에서 특강이 개설 되었다. 첫 강의 한 시간을 듣고는, 그동안 4년의 경전공부가 하얘진 듯 짜릿한 충격을 받았다. 일찍이 참선을 했더라면 ‘한 방망이’ 맞았다는 표현이리라.

잠시 심란했던 심정이 말끔히 사라지고, 열흘 여 특강을 마치고 돌아와 <화엄경> 공부를 회향할 수 있었다. 출가해서 처음 맞은 기로에서 벗어난 순간이었다. 이에 관례처럼 전해져 온다. 출가하면 주기별로 때로 회의와 갈등으로 기로에 선다는 것이다. 해서 예전 스님은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부터 만져 보았단다. 출가의 의미를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는 의미에서다.

경전을 공부함에는 학문적인 탐구와 종교적이고 신앙적인 공부로 구분 지을 수 있겠다. 나름 지내온 공부를 되짚어 보면 다분히 후자의 측면이지 싶다. 해서 경전을 대하되 수행을 겸한다는 소신이었다.

목하 참으로 암담한 심정이다. 어찌 전염병과 재난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수 있는가?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극복 되리라. 서산의 간척지 제방에 고 정주영 회장의 일언이다. “가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없는 길도 생기지만, 가려 하지 않는 이에게는 있던 길도 없다.” 희망을 갖자! 

[불교신문3613호/2020년9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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