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만해연구소 ‘만해 이미지’ 조명 세미나
동국대 만해연구소 ‘만해 이미지’ 조명 세미나
  • 박인탁 기자
  • 승인 2020.08.11 13:17
  • 호수 3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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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석 교수 기조강연 “민족적 자아 갖고 힘든 길 선택”
이성수, 해방전 후 언론에 비친 만해 분석
전한성, “중고등 교과서서 만해 작품 줄어”
서민교, “근대 암흑기와 일치한 만해의 삶”
동국대 만해연구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윤재웅 동국대 사범대학장을 좌장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이성수 기자, 허관무 박사, 전한성 교수, 이원영 박사, 윤재웅 교수, 서민교 교수, 노홍주 박사.
동국대 만해연구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윤재웅 동국대 사범대학장을 좌장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이성수 기자, 허관무 박사, 전한성 교수, 이원영 박사, 윤재웅 교수, 서민교 교수, 노홍주 박사.

“현실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좌절감을 출가라는 결단과 문자로 이루어진 상상의 세계를 통해 극복하력 했던 선승(禪僧)이자 시인이며 혁명가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8월8일 인제 만해마을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고재석 동국대 만해연구소장(국어교육과 교수)은 기조강연을 통해 만해스님을 평가했다. 고재석 교수는 “시대의 동향에 민감했던 한용운 스님은 갑오개혁 이후 급변하는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 1896년이나 1897년에 집을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귀향했다, 암중모색 끝에 러일전쟁으로 어수선하던 1904년 가을 최종적으로 출가를 단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일 만해연구소 전임연구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학술대회는 2020 만해축전의 일환으로 동국대 만해연구소가 ‘미디어에 나타난 만해상(卍海像)과 그 의미’란 주제로 개최했다.

고재석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만해 스님은 불교를 과학, 이성, 계몽 등 근대정신의 기본이념과 갈등의 여지가 없는 철학이자 종교로 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만해 스님이 중추원과 통감부에 제출한 승려결혼 건백서와 관련해서는 “스님의 ‘과열된 유신론’의 하나이지만 파천황적(破天荒的)이거나 친일적인 주장은 아니다”면서 “애국계몽기 지식인들이 지지했던 인구증산론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재석 교수는 “한용운은 일본에 대한 일말의 친밀감과 기대를 부정하고 민족적 자아를 확인하면서 궁핍한 시대의 외롭고 힘든 길을 기꺼이 걸었다”면서 “고통을 쾌락으로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었고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는 데 누구보다 용감했다”고 평가했다. 고통은 나라를 빼앗긴 조국의 현실이고, 쾌락은 불의와 현실을 부정하는 용기였던 것이다.
 

8월8일 인제 만해마을에서 열린 동국대 만해연구소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고재석 교수.
8월8일 인제 만해마을에서 열린 동국대 만해연구소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고재석 교수.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언론, 교육, 역사 분야에서 만해 스님을 어떻게 조명하고 있는지 연구한 발표가 이어졌다. 주제와 발표자및 토론자는 다음과 같다. △언론 미디어에 나타난 만해상과 그 의미(이성수 불교신문, 허관무 동국대) △중등 국어과 교과서에 나타난 만해 시(詩)의 위상과 교육 양상(전한성 인천대, 이원영 동국대) △역사학계에서 바라본 만해 한용운의 표상과 그 의미(서민교 고려대, 노홍주 숭실대).

이성수 불교신문 기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신문을 중심으로 만해스님 이미지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선보였다. 이성수 기자는 “3·1운동 이후 미디어에 등장하는 만해스님의 주된 이미지는 ‘항일투사’로 끝까지 지조를 지킨 인물로 나타난다”며 “또한 민족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계각층과 교유하면서 사회지도자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갔다”고 분석했다.

1945년 해방 이후 언론에는 만해스님 이미지가 보다 구체화되고 확대됐다는 것이 이성수 기자 주장이다. 독립운동가 면모와 더불어 불교인, 문학인의 이미지가 더욱 세밀하게 드러났다는 입장이다.

이성수 불교신문 기자는 “만해스님은 민족, 불교, 문학을 중심으로 삶을 살았고, 대중에게도 이러한 이미지가 전해졌는데, 가장 중요한 바탕은 ‘지조’와 ‘절개’였다”면서 “앞으로 미디어에 나타난 이미지를 보다 광범위하고 자세하게 살펴 분석하는 숙제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한성 인천대 기초교육원 객원교수는 ‘중등 국어과 교과서에 나타난 만해 시(詩)의 위상과 교육 양상’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전한성 교수는 “2011 국어과 교육과정에 기반을 둔 중학교 교과서 14종 가운데 만해의 시는 11종에 실려 있다”면서 “나룻배와 행인이 9종, 사랑하는 까닭 2종, 복종 1종, 님의침묵 1종”이라고 분석했다.

전한성 교수는 “하지만 2015 국어과 교과과정 중학교 교과서에는 ‘나룻배와 행인’만 3종에 실렸을 뿐”이라면서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집중한 나머지 만해의 시를 다양한 제재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실을 반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11 국어과 교육과정 고등학교 국어ⅠⅡ와 문학교과서 21종 가운데 만해의 시는 님의 침묵 4종, 알 수 없어요 2종 등 11종이 실렸다. 그런데 2015 고등학교 국어과 문학 교과서 22종 가운데에는 5종에만 게재됐다. 고등학교 교과서는 1종이 늘었는데, 만해 시는 오히려 6종이나 줄어든 것이다.

전한성 교수는 “현행 고등학교 국어와 문학 교과서에서 나타난 만해 시의 위상은 제재의 다양성 측면에서나 가르쳐야할 교육 내용의 성격과 범주 측면에서나 전반적으로 축소된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학술대회를 마친후 고재석 동국대 만해연구소장(왼쪽에서 네번 째), 윤재웅 동국대 사범대학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학술대회를 마친후 고재석 동국대 만해연구소장(왼쪽에서 네번 째), 윤재웅 동국대 사범대학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서민교 고려대 연구교수는 ‘역사학계에서 바라본 만해 한용운의 표상과 그 의미’란 주제 발표를 통해 “만해의 삶 자체가 한국 근대사에서 가장 어두웠던 암흑의 시기와 일치하고 있어, 만해가 생각했던 이상과 체험했던 삶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이 크다”고 강조했다.

서민교 교수는 “한국에서 만해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은 의외로 해방 이후의 일”이라면서 “역사학계의 입장에서 만해의 삶과 사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는 1부 발표가 끝나는 2부에서는 윤재웅 동국대 사범대 학장을 좌장으로 발표자와 토론자가 참석한 가운데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동국대 만해연구소는 이날 코로나19에 대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한 가운데 학술대회를 진행했다. 만해연구소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만해스님의 국제인으로서 면모를 살펴보고 독립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일본, 러시아, 중국 등에서 ‘만해로드 대장정’을 실시하는 등 만해 연구에 집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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