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관통한 우리 민족 지적 유산·희귀 출판물 ‘한 눈’
시대 관통한 우리 민족 지적 유산·희귀 출판물 ‘한 눈’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0.08.11 15:11
  • 호수 3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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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30주년 맞는 삼성출판박물관 ‘조명’

출판(出版)’은 인쇄술을 통해 책 등을 만들어내는 일 따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출판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출판물은 당시 상황은 물론 그 시대 민중들이 품었던 희망과 이상, 고민 등이 담겨있는 지적 유산이다. 담겨있다. 때문에 출판의 역사의 되짚어 보는 일은 곧 우리 민족의 삶과 역사를 볼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런 점에서 근현대 도서류를 비롯해 출판 인쇄 도구, 고문서, 문방구, 서화류 등 우리 민족과 관련된 출판 자료 40만 여 점을 보관 전시하고 있는 삼성출판박물관(관장 김종규)의 역할과 가치는 남다르다.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은 삼성출판박물관을 조명해본다.
 

우리 민족과 관련된 출판 자료 40만 여 점을 보관 전시하고 있는 삼성출판박물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개관식 당시 박물관 석비 제막하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김종규 관장, 김봉규 삼성출판사 회장, 이어령 당시 문화부 장관, 김동리 소설가.
우리 민족과 관련된 출판 자료 40만 여 점을 보관 전시하고 있는 삼성출판박물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개관식 당시 박물관 석비 제막하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김종규 관장, 김봉규 삼성출판사 회장, 이어령 당시 문화부 장관, 김동리 소설가.

삼성출판박물관은 1990629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적인 문화재가 아닌 유무형의 출판인쇄 문화유산을 위한 박물관이라는 점에서 당시 언론과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출판박물관 설립은 김종규 관장의 원력으로 이뤄졌다.

그는 동국대학교 졸업 후 친형인 김봉규 회장이 창립한 삼성출판사에서 1964년부터 10년간 부산지사장을 지냈다. 재직 당시 <한국단편소설선집>, <세계문화전집>, <세계사상선집> 등을 잇달아 발간하며 출판업계에 큰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당시 문학계 거물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매력에 빠졌다.

그 때부터 시간이 나는 대로 부산 보수동 헌책방 거리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렇게 30여 년 동안 우리 민족의 삶과 애환이 담긴 방대한 출판 자료를 모은 그는 마음속에 한 가지 서원을 세웠다고 한다.
 

삼성출판박물관 전시장 모습.
삼성출판박물관 전시장 모습.

인류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목판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고려 팔만대장경, 그리고 14세기 후반 제작돼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는 직지까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인쇄문화를 가졌는데 왜 우리는 이와 같은 자긍심을 느낄만한 출판박물관이 아직까지 없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들더라고요. 전 생애를 바쳐 정진한 출판인의 마지막 사명이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박물관 설립을 추진했죠.”

이렇게 문을 열게 된 삼성출판박물관은 2004년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소재한 독립된 6층 건물로 이전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들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박물관은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학촌서실, 강의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다채로운 출판물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고려·조선시대뿐 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 광복 이후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희귀한 출판물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의미를 더한다.

한용운스님의 <님의 침묵>, 김유정의 <동백꽃>, 이광수의 <>,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근대 문학유산의 당시 출판본부터 1943년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교과서와 현대문학 신문학 등 당대를 대표하는 잡지들의 창간호 등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근현대 초기 대표적 출판사들의 출판물과 을유문화사, 민음사, 창작과비평사 등 지금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출판사들의 역사를 살펴볼 수도 있다. 국보 제265호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13을 비롯해 보물 제745-7호와 745-8호인 월인석보 권22과 권23, 보물 제758-1호 남명천화상송증도가 등 귀중한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는 점도 박물관을 빛나게 한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위치한 삼성출판박물관 전경.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위치한 삼성출판박물관 전경.

올해 30주년을 맞은 삼성출판박물관은 이를 기념하는 특별전시회 등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잠정 연기한 상황이다. 하지만 늦지 않은 시기에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준비했던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지난 2015년 개관 25주년을 맞아 개최한 어제의 책, 오늘의 희망전이나 2019년 연 우리 근현대 출판 100기획전과 같이 출판 역사의 가치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이 4.19문화상을 수상했다.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소임도 맡고 있는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의 모습.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소임도 맡고 있는 김종규 관장은 “30여 년 전 개관 당시 출판박물관은 우리의 악기이고, 책은 옥퉁소가 된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가까이 가서 입술을 대고 뜨거운 입김으로 허파 깊숙이 호흡을 하면 아름다운 음향이 들려온다고 했던 이어령 전 장관의 말이 떠오른다간절한 발원을 갖고 박물관의 문을 처음 열었던 그 때의 초심을 매일 되새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책들은 분명 어제의 책들이지만, 그 책들로 하여금 오늘과 미래의 꿈을 꿀 수 있다고 밝힌 김 관장은 책을 사랑하고 출판을 아끼는 많은 분들이 뜨거운 입김만이 우리 민족의 출판사와 박물관의 앞날을 밝힐 수 있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불교신문3604호/2020년8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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