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얻은 아름다운 시편들
춘천에서 얻은 아름다운 시편들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0.07.27 09:20
  • 호수 3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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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

전윤호 지음 / 북인
전윤호 지음 / 북인

“영하 십칠 도의 아침/ 29억 톤짜리 악몽에서 깨어/ 서리꽃 핀 산을 바라본다/ 123미터도 부족한가/ 평생을 가둬놓기엔/ 자갈과 모래로 다진 530미터 벽 아래/ 여전히 얼지 않는 저 거대한 슬픔/ 강으로 흘리는 눈물 천 리를 가는데/ 후회로 묶여 흔들리는 배 한 척/ 이제는 알겠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평생을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 (전윤호 시인의 시 ‘소양댐’ 중에서)

지난 6월 자신의 고향을 소재로 펴낸 시집 <정선>으로 제30회 편운문학상 수상한 전윤호 시인이 최근 새 시집 <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를 펴냈다. 불교신문에서 ‘여시아문’ 필자로 활동했던 그는 1991년 <현대문학>으로 시를 추천받아 등단해 30년 동안 10여 권의 시집을 선보였다. 이번 시집은 제2의 고향인 춘천에서 4년 가까이 생활하며 춘천과 관련한 시를 한 권으로 엮었다.

전윤호 시인에게 ‘춘천’은 타자가 실존으로 발현되는 자기완성의 장소다. 그곳은 윤리와 책임이 존재함의 조건이 되며, 시와 음악이 근원적으로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 속으로 나타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함께 살아감의 단호한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표제작 시 ‘소양댐’에서 알 수 있듯이 그에게 목숨이란 “영하 십칠 도의 아침/ 29억 톤짜리 악몽에서 깨어/ 서리꽃 핀 산을 바라”보는 힘이다.

‘악몽’을 흔들어 깨우며 존재함의 그 놀라운 부름에 답을 하는 시인이 자산의 삶으로 증명하는 그것은 존재함의 위대한 인내다. 그는 “이무기처럼 새벽에 일어나 시 쓰고, 자전거 타고 호수 한 바퀴를 돌았다”면서 “안개와 함께 외로워서 좋았고, 그렇게 얻은 시들을 보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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