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불교의례로 감염병 극복 기원”

코로나 19가 지구촌을 휩쓰는 가운데 선조들이 감염병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살펴본 논문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강호선 성신여대 교수가 6월 24일 서울 전법회관 3층 회의실에서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원철스님) 주최로 열린 ‘불교의례와 국가1-국가 재난에 대한 불교의 의례적 대응’이란 주제의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한 연구결과가 그것이다.

강호선 교수는 ‘역병(疫病)과 불교의례 : 고려~조선 전기를 중심으로’란 주제의 논문에서 “다양한 불교의례가 개최되는 속에서도 <반야경>의 공덕이 특히 강조되었다”고 밝혔다. 조선 전기 기양의례(祈禳儀禮)의 전반은 불교의 수륙재와 유교의 고유 의례인 여제(厲祭)가 담당했다. 기양의례는 가뭄, 홍수, 감염병 같은 자연재해와 질병 등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치르는 비정기적 의식이다.

강호선 교수는 “역병에 대한 의례는 고려와 조선의 국가의례 구조와 거의 일치한다”면서 “불교, 도교, 토속신앙 등 신앙과 의례의 다양성을 보인 고려에서는 역병에 대해서도 불교뿐 아니라 여러 의례들이 개최되었다”고 밝혔다. “불교의례나 신앙행위 역시 질병을 극복하거나 혹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역병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것이었기에 국가적 차원 또는 지역단위에서 의례를 개최했습니다.”
 

질병 극복 및 예방 기원
국가 또는 지역서 ‘개설’
거리에서 ‘반야경’ 독송

<고려사>에는 예종 4년(1109)과 예종 15년(1120) 가뭄과 역병이 돌 때 국가차원에서 반야도량(般若道場)을 개설하거나, 국왕이 직접 개경 송악산에 있는 사찰 외제석원(外帝釋院)을 참배하고 3일간 <반야경>을 독송하는 등 불교의례를 시행한 기록이 보인다. 명종 19년(1189)에는 경기도 여주 지역에 역병이 창궐하자 감무(監務)로 부임한 임익돈(任益惇)이 스님들로 하여금 마을을 다니며 <대반야경>을 봉송하게 하여 질병을 퇴치했다고 한다.

강호선 교수는 “고려 시대 역병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의례는 경행(經行)으로, <반야경>을 싣고 거리를 다니며 독송했는데, 조선 초까지 개최되다 폐지됐다”면서 “지방에서도 반야도량 혹은 <반야경>을 중심으로 독송하는 경행이 개최되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소룡도량(召龍道場)과 마리지천도량(摩利支天道場)이 고려시대 역병 퇴치를 위한 불교의례로 열렸다고 강호선 교수는 밝혔다.

하지만 억불숭유를 기치로 내건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역병 소멸을 기원하는 불교의례는 축소된다. 강호선 교수는 “조선시대에도 설행이 확인되는 것은 경행”이라면서 “불교의례가 조선 초 왕실에서 일부 기양의례로 열렸지만, 전염병 관련 논의에서는 완전히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전쟁과 불교의례의 양상(정영식, 성균관대 유교철학·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 △한국불교 기우제 연구(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등의 논문도 발표됐다. 주제발표에 대해 박용진 능인대학원대 교수, 이욱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 임혜경 국립청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토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