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홍사성

부처님 당시 인도사회는 강고한 카스트제도 아래 있었다. 모든 인간을 사제(바라문), 귀족(크샤트리아), 평민(바이샤), 노예(수드라)로 나누는 종성제도는 고질적 불평등의 뿌리였다. 인도사회가 종성제도를 갖게 된 것은 기원전 13세기 경 코카사스 북쪽에 있던 아리안 계통의 사람들이 힌두쿠시를 넘어 인도에 침입해 펀자브 지방에 거주하면서부터다. 그들은 선주민(先住民)이었던 피부색이 검고 코가 낮은 드라비다 족을 정복해 노예로 삼았다.

지배자들은 <마누법전(法典>을 통해 종성제도를 구체화했다.

“세상의 번영을 위하여 신은 그의 입에서 브라만, 팔에서 크샤트리아, 넓적다리에서 바이샤, 발가락에서 수드라가 나오게 했다. (…) 브라만에게는 베다의 교수와 학습, 자기와 남을 위한 제사, 크샤트리아에게는 인민을 보호하는 일, 제사지내는 일, 베다를 배우는 일을 명했다. 바아샤에게는 목축과 보시하기, 장사하기, 돈 빌려주는 일, 토지를 경작하는 일을 명했다. 수드라에게 정한 유일한 업은 원망과 슬픔 없이 다른 삼종성(三種姓)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 불합리한 전통과 제도를 전면적으로 부정했다. 불교의 가장 오래된 경전인 <숫타니파다(經集)>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가문을 묻지 말고 행실을 물으라. 비록 하천한 가문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도 도심(道心)이 견고하여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삼갈 줄 안다면 그는 고귀한 사람이다.” 피부색이나 출신성분에 따른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불교교단에는 유색인종이나 하층계급 출신자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불교와 같은 위대한 종교를 탄생시킨 인도는 역설적이게도 여전히 카스트제도가 존속한다. 상위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현상은 문명세계 곳곳에 남아있다.

자유와 평등과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다는 미국만 해도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최근 흑인남성 폴로이드의 사망으로 번진 흑백갈등이 좋은 예다. 인종차별을 하는 나라는 아무리 번지르르해도 야만적이고 부끄러운 나라다. 우리는 어떤가.

[불교신문3594호/2020년7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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