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고 참혹한 전쟁의 불길이
이 땅을 아프게 할퀴었지만
결국 그 모든 희생자들은
부처님 앞에 위로받고
천도돼야 할 중생들일 뿐이며
싸울 때야 적군과 아군이 있다지만
부처님 세계에서는
다 일불제자일 뿐이다

이것이 법보종찰 큰도량에 펼쳐진
정법의 위엄이며 또한
호국으로 가는
진짜 불교의 모습이다

지용스님
지용스님

올해도 어김없이 호국의 달 6월을 맞았다. 그리고 6월이면 이곳저곳에서 호국불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간다. 하지만 왠지 호국불교라는 말이 정확하게 정의되지 못하고 이러 저러하게 해석되며 가끔 논쟁거리가 되기도 하는 듯하다.

대체 호국불교란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그 불교적 의미를 새기려면 그 내용이 다루어진 경전을 살펴보아야 한다. 대표적인 호국불교 경전이라면 ‘호국삼부경’ <법화경> <인왕경> <금광명경>이 있다.

금광명경에는 ‘정법을 통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바로 나라를 모든 재난으로부터 보호하는 길’이라 말하며, 이 경전을 잘 받들고 바르게 세상을 다스리면 사천왕이 이 나라를 보살펴준다고 설하고 있다.

인왕경은 <인왕반야경>이라고도 하는데, 제목 그대로 ‘나라가 어지럽고 국난에 처하는 것은 반야바라밀을 수행하지 않기 때문’이라 설하며 반야바라밀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국난극복의 길이라고 말씀하신다. 다시 말하면 정법을 닦는 것이 진정한 호국의 길이란 뜻이다.

비슷한 내용이 초기경전에도 나온다. 그 유명한 ‘칠불퇴법(七不退法)’에는 바른 법을 지키고 화합하는 밧지국은 결코 멸망하지 않는다는 부처님의 선언은 대승경전에서 언급되는 ‘호국불교’의 내용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결론 지어보면 ‘호국불교’란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받들어 행하고 올바르게 다스려지는 나라는 국난을 극복하고 멸망하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경전에서는 나라를 보호하는 분들이 불보살님이나 사천왕 등 다양한 분들이 거론되지만 실상은 ‘칠불퇴법’에서 이르듯이 공정하고 정의롭게 운영되는, 그래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귀하게 여기는 나라는 안과 밖의 어떠한 어려움에도 무너지지 않는 법이다.

질서가 무너지고 정의가 혼탁한 나라라도 무작정 지켜주는 ‘호국불교’가 아니라 올바른 윤리와 가치관을 ‘호국불교’를 바탕으로 정립하여 좀체 무너뜨릴 수 없는 강하고 귀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혹여 호국불교가 특정한 왕권이나 정치권력을 지켜준다거나, 부도덕한 사회나 왜곡된 이념을 수호하는 도구로 쓰여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불교의 가르침, 특히 호국불교라는 의미에 대한 심각한 오해이다.

지난 현충일에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리는 수륙대재를 법보종찰 해인사에서 봉행했다. 우리 국군 및 경찰들은 물론 아시아의 작은 나라를 도와주기 위해 참전한 16개 나라의 전사자와 함께 북한군과 중국군 전사자를 포함 약 138만여 명의 영가들을 위로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전에 없이 장엄한 법회였다.

어리석고 참혹한 전쟁의 불길이 이 땅을 아프게 할퀴었지만, 결국 그 모든 희생자들은 부처님 앞에 위로받고 천도돼야 할 중생들일 뿐이며, 싸울 때야 적군과 아군이 있다지만 부처님 세계에서는 다 일불제자일 뿐이다. 이것이 법보종찰 큰도량에 펼쳐진 정법의 위엄이며 또한 호국으로 가는 진짜 불교의 모습이다.

[불교신문3589호/2020년6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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