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살아온 사람들
눈물같은 이야기로 가득
현대인 위한 역사에세이

한국인에게 '삼국유사'
세상 모든 논의 위에 놓인
'모든 책 위의 책' 정의

모든 책 위의 책

고운기 지음 / 현암사
고운기 지음 / 현암사

고려시대 고승 일연스님이 저술한 역사서 <삼국유사>는 고조선부터 후삼국의 역사문화를 종합한 ‘삼국시대 기록의 보고’로 사부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40여 년간 <삼국유사>를 연구해 온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현대사회와 문화, 우리의 삶을 풀어낸 <모든 책 위의 책>을 선보여 주목된다.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자 불교신문에서 ‘문인에세이’ 필진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저자는 이 책으로 좀 더 친근하고 쉽게 <삼국유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삼국유사> 속에서 깊이 공감하며 읽을 만한 이야기, 다사다난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삶의 지혜와 위로를 주는 전하는 역사 에세이다.

저자는 “첫 페이지의 단군신화에 너무 깊숙이 매료돼 <삼국유사>를 민족 신화와 역사의 교과서 같은 책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 내용에는 이 땅에서 살아온 유명 무명의 수많은 사람들이 남긴 눈물 같은 이야기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고려 국사(國師)를 지낸 일연스님이 고향으로 돌아가 필생의 작업으로 완성해낸 <삼국유사>에서는 일연이 직접 찾아다니며 듣고 보고 느낀 현장감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 거기에 더해진 것이 바로 숱한 사람들의 눈물이다. 일연스님의 그 현장 감각이 담아낸 사람들의 숨소리, 그리고 눈물이 가득한 이야기는 <삼국유사>를 다른 책들이 따라가지 못할 우뚝한 경지에 서 있게 한다. 세상의 모든 논의 저 위에 있는 책,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책 제목처럼 <삼국유사>를 ‘모든 책 위의 책’이라고 정의했다.

저자는 “더러는 점잖은 국사의 신분으로 어울리지 않는 농담 삼아 무협지를 썼다고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일연스님의 ‘삼국유사 저술’은 세속의 입방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하지만 <삼국유사>는 이 모든 논의의 저 위에서 의연히 자기 자리를 잡고 말았고, <삼국유사>는 모든 책 위의 책이 됐다”고 의미를 전했다.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현대사회와 문화, 우리의 삶을 풀어낸 '모든 책 위의 책'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저술한 군위 인각사에서 2018년 열린 ‘보각국존 일연선사 제729주기 다례재’.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현대사회와 문화, 우리의 삶을 풀어낸 '모든 책 위의 책'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저술한 군위 인각사에서 2018년 열린 ‘보각국존 일연선사 제729주기 다례재’.

그러면서 <삼국유사>를 통해 ‘오늘’을 읽는다. <삼국유사> 속 이야기의 어느 한 대목과 이에 견주는 현재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읽게 한다. 예를 들어 신라 고승 혜통스님이 중국 왕실의 공주의 병을 고쳐줬는데, 병의 원인은 괴질이다. 공주의 몸 안에 있다가 스님에게 쫓겨 나와 이무기로 변했다가 중국에서 신라로 도망쳐 사람을 해치며 지독하게 굴자 스님이 급히 귀국해 이무기로 변한 괴질을 쫓아냈다는 이야기다.

여기 나오는 괴질은 오늘날로 치면 코로나19 등과 같은 바이러스다. 이무기 등으로 몸을 바꾸는 것은 괴질의 여러 현상을 나타낸 것이며, 중국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서 신라의 경주까지 퍼진 병에 관한 기록이 여기서 이무기가 되어 달아났다는 이야기로 만들어진 것이다. 장안이라면 지금의 중국 서안이다. 서안에서 경주까지 이 천문학적 거리를 전염병은 거침없이 달려온 것으로 현재 국내외를 강타한 코로나 펜데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삼국유사>는 당대를 증언하면서도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저자는 “혜통스님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면 오해를 풀어 화해하고 병의 근원을 치료하는 일이 첫손가락 꼽힘을 알게 된다”면서 “괴질은 여러 모양으로 찾아와 사람을 해치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기 때문에 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야기의 키워드를 <삼국유사>의 원문 가운데 뽑아 새로운 사자성어로 만들었다. 이는 <삼국유사>를 자세히 읽게 하는 돋보기 같은 역할을 한다. 또한 일연스님의 숨결이 남아 있는 <삼국유사>의 역사 현장도 컬러 화보로 함께 실었다.

저자는 “일상에서 사자성어를 긴요하게 쓰는 일이 많지만 거의 모두 중국산이라는 점이 아쉽다”면서 “새롭게 사자성어가 많이 개발돼야겠는데, 여러모로 <삼국유사> 만큼 좋은 텍스트가 없다는 생각으로 우선 40개 사자성어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삼국유사>를 읽는 또 다른 시각이기도 하면서 진정 우리식 사자성어가 일상에 퍼져 풍부한 비유의 바다를 이루게 할 재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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