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심과 무욕 대자유인 사무치게 그리운 무산스님…
하심과 무욕 대자유인 사무치게 그리운 무산스님…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0.05.11 10:24
  • 호수 35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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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불교사 '큰 스승'
무산스님 입적 2주년

생전 인연 맺은 인사들
추모문집 새롭게 조명

시인과 검객

황건 지음 / 인북스
황건 지음 / 인북스

2018년 5월26일 입적한 설악당 무산대종사는 현대 한국불교가 배출한 큰 스승 가운데 한 분으로 꼽힌다. 생전에 시조시인 조오현으로 왕성하게 활동했기에 ‘오현스님’이란 호칭이 더 익숙한 이들도 있다. 특히 스님이 쓴 시조는 형이상학적 탐구가 빈약하기만 한 우리 시단에서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깊은 형이상학적 사유의 극점을 펼쳐 보여줘 불교계 안팎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젊은 시절 금오산 토굴에서 부처님처럼 6년간 고행했으며 제3교구본사 신흥사 조실로서 설악산문을 재건했다.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 원로의원으로 추대됐으며 만년에는 인제 백담사 무문관에서 4년 동안 폐관 정진하다가 삶을 마무리했다. 만해축전과 만해대상을 만들어 현대인들에게 만해스님의 자유와 생명사상을 새롭게 고취한 사상가이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불교사의 큰 족적을 남긴 무산스님이 시의 세계로 홀연히 떠난 지 어느덧 2년이 됐다. 생전에 스님과 인연을 맺었던 여러 인사들이 거성(巨星)이었던 어른의 삶을 회고하는 책을 꾸준히 내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3년부터 인하대 의과대학 성형외과 펠로우 교수로 봉직하고 있는 황건 교수가 자신을 시인의 길로 인도한 스승을 추억하며 써내려간 <시인과 검객>을 최근 펴냈다. 외과의사인 저자가 산을 떠나지 않았던 선승 무산스님과의 인연을 회상한 칼럼들과 함께 스님에게서 영감을 받은 시편들과 주고받은 서신을 한데 묶어 펴낸 에세이집이다.

무산스님의 권면과 추천으로 등단한 저자가 스님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 스님과 주고받은 선문답 같은 대화 등을 시, 산문, 서신 등 여러 형태의 글로 펼쳐놓고 있다.

제1장 ‘묵언의 만남과 헤어짐’에서는 만해마을에서 검을 인연으로 조우하며 첫 인연을 맺은 후,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느꼈던 삶의 교훈을 담은 산문을 실었다.

불교신문, 의사신문, 경기일보 등에 기고했던 그의 칼럼들에서는 외과의사의 날카로움보다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더불어 스님에 대한 존경심과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난다. 특히 스님의 열반 후 다비장이 치러졌던 건봉사 연화대를 찾아 타고 남은 재를 더듬는 저자의 심정에 대한 묘사는 진한 감동을 준다.

제2장 ‘시에 어린 선승의 그림자’에서는 마치 말을 알아주는 백락(伯樂)처럼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여 시단으로 이끌어준 스님에 대한 고마움을 저자의 시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시와 함께 그 시에 영감을 준 무산스님의 시도 함께 싣고 있다.

제3장 ‘문자로 남은 염화미소’는 문학과 관련된 주제 이외의 일상사에 대하여 주고받은 안부 서신과 문자메시지들을 실었다. 스님의 건강에 대한 염려가 끊이지 않는 저자의 애틋함과 가정사의 소소한 부분까지 배려하는 스님의 따뜻한 사랑과 격려가 잘 드러나고 있다.
 

설악무산 그 흔적과 기억

김병무 홍사성 엮음 / 인북스
김병무 홍사성 엮음 / 인북스

이와 더불어 2019년 김병무 만해사상실천선양회 감사와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이 엮어서 출간한 <설악무산 그 흔적과 기억>도 있다. 이 책에는 하심과 무욕의 삶을 살아온 수행자, 현대의 한국인들에게 만해의 자유와 생명 사상을 새롭게 고취한 대사상가, ‘깨달음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일깨우는 선승으로서 풍모를 보여 온 무산스님과의 생전 일화들이 잘 담겨 있다.

스님과 수십 년 동안 설악산문에서 함께 수행하며 교분을 나누었던 도반 스님들과 사형 사제, 불가의 후학들은 물론, 문단의 중진들과 정계 인사들, 학계, 언론계 인사들이 스님을 추모하는 글을 남겼다.

특히 스님의 입적 후 페이스북을 통해 조의를 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글에서부터 스님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는 인제군 북면 용대리 이장의 회고담에 이르기까지 스님을 이념과 종교를 뛰어넘는 시대의 큰 스승으로 기억하는 48편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아득한 성자

배우식 김형중 강규 지음 / H
배우식 김형중 강규 지음 / H

여기에 중앙대에서 무산스님 시조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배우식 시조시인과 ‘설악산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강규 시인, 문학평론가인 김형중 동국대 부속 여자중학교 교장이 2018년 펴낸 무산스님 추모집 <아득한 성자>도 빼놓을 수 없다.

무산스님의 영결식 전날 처음 인사를 나눴다는 이들이 스님과의 인연을 공유하다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모아 출간한 책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세 문인의 추모시와 추모사, 무산스님 선시조 따라 읽기, 무산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장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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