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서 따뜻한 봄으로 넘어가고 있는 한국의 날씨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생명과 생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제가 파견된 캄보디아도 잠잠했다가 3월 첫 확진자에 이어 추가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시엠립 내 학교들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로터스월드 아동센터에서 운영하던 삼성꿈장학재단 방과 후 교실도 휴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매일 아동센터에 생기를 넣어주던 학생들과 제가 매일 한국어 교육을 하던 유치원생들마저 오지 않으니 마음 한켠이 텅빈 듯 쓸쓸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캄보디아도 휴교령이 내려졌다. 아동센터의 보육원생들은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착용하며 ‘웃음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캄보디아도 휴교령이 내려졌다. 아동센터의 보육원생들은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착용하며 ‘웃음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이런 쓸쓸한 마음을 채워준 건 바로 아동센터 보육원생들입니다. 학교 가서 공부하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었고 하루에 한국어를 한 개씩 가르쳐달라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하루하루 상황이 안 좋아지는 곳곳의 소식을 듣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 마냥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공부하고 수업 듣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얼마나 마음이 평안해지던 지요. 

로터스월드 아동센터에서는 코로나19에 대비해 보육원생들과 함께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마스크에 대한 얘기인데요. 캄보디아에도 마스크와 손 세정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도 10배 이상 올랐습니다. 아동센터에서도 대비한다고는 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천 마스크가 지속 가능하면서도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동센터에서 손재주가 좋은 원생들의 보모 ‘마 짠티’의 주도로 아이들과 함께 재단하고 재봉하여 천 마스크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많아 보였던 작업량도 다 함께 만드니 금방 끝이 났습니다. 

두 번째로는 아동센터에서 월동을 준비하는 것 마냥 엄청난 양의 배추로 김장을 했습니다. 김치는 이미 보육원생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음식인데요, 이제는 김장 실력까지 아주 뛰어나답니다. 또한 아동센터에서 놀고 있던 땅을 활용하여 밭을 일구기 시작했습니다.

생필품뿐만 아니라 식재료들의 가격도 급상승해 재배하기 쉬운 모닝글로리, 고추 등을 심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로 무료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 동안 뜻밖의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모두가 함께 동참하면서 아동센터는 웃음 바이러스가 가득 퍼지고 있었습니다.

해외 봉사활동자에 대한 외교부의 귀국 권고로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캄보디아에서 다시 만나서 웃고 떠드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로터스월드 아동센터처럼 전 세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대신 웃음 바이러스가 찾아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불교신문3578호/2020년4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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