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가을이면 자연과 문화를 테마로 한 다양한 거리예술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다. 과거에 비해 축제문화를 즐기는 가족들이 늘어나는데다 ‘1인 1카메라’를 장착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축제는 흥미진진한 사진촬영 놀이에 더없이 좋은 소재다.

하지만 축제도 축제 나름이다. 지나치게 상업적인 성향이 짙어 축제 본연의 의미가 사라졌거나 너무 젊은층을 타깃으로 삼다보니 소음이나 다름없는 음악에 무질서한 음주가무 위주로 흘러가기 일쑤다. 이같은 축제가 남긴 것이라곤 거리 곳곳 넘쳐나는 쓰레기일 때가 비일비재하다. 

한국불교의 전통과 흥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부처님오신날 연등회(燃燈會)는 품격이 다른 대한민국 대표적인 세계축제다. 불교의 시대정신과 대중성을 알리면서도 한국인 특유의 문화와 정서에 부합하는 격조 높은 전통축제다. 연등회를 기점으로 전세계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고, 일부 여행사에서는 연등회 관람을 포함한 여행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연등회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들의 반응 역시 상상이상이다. 각국 대사들이 가족들과 비공식적 일정으로 축제를 즐기는가하면 해외 유수의 대학생들이 그룹으로 모여 축제영상을 휴대폰에 담고 한국문화에 감탄한다.

무엇보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질서정연한 가운데 형형색색 등불을 밝히며 도시의 밤을 환하게 밝히는 명장면에 엄지척을 올리며 환호한다.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우리 스님들과 불자들은 남다른 자긍심과 사명감마저 갖게 된다. 연등회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된 의미도 이와 맞물린다. 

이제 연등회는 국가무형문화재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야 할 때다. 문화재청이 최근 발표한 올해 사업에는 연등회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핵심이다. 조계종 총무원이 올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언급했던 종단의 올해 주력사업이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인류무형문화유산은 공동체와 집단이 자신들의 환경, 자연, 역사의 상호작용에 따라 끊임없이 재창조해온 문화적 표현을 아우른다. 지금까지 전세계 70개국 90건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국제사회의 문화유산 보호활동이 건축물 위주의 유형 문화재에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살아있는 유산(living heritage), 즉 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확대했음을 국제적으로 공인하는 이정표가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연등회는 이같은 개념에 부합하는 가장 한국적인 무형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문화재청은 연등회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 유산영향평가 도입과 무형유산 협약이행 종합성과 평가체계 지표를 개발하는 등 구체적인 절차를 순조롭게 밟고 있다. 연등회가 한국문화를 향유하는 전 세계인들의 무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조계종 총무원도 정부 부처와 손을 맞잡고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3566호/2020년3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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