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사람도 보시하면 해탈

보시를 바라밀로 승화하려면
보시 결과로 받을 물질, 칭찬
타인이나 부처님 공으로 돌려야

등현스님
등현스님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심리이다. 특히 중생세간의 행복에는 물질적 풍요가 상당 부분 중요하다. 그리고 그 부는 보시를 한 과보이기 때문에 보시바라밀은 중생에게 중요하다. 비록 연민심이 적고, 화를 자주 내고, 이기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보시를 하게 되면 그 보시로 인하여 성취되는 그 부요함이, 배고픔과 목마름의 고통을 제거하는 원인이 된다.

초지 보살 역시 보시바라밀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중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물질이기 때문이다. 연민심은 중생들의 고통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 시작되지만 보시의 실천을 통해서 성취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통에 빠져있는 중생을 보고 그 중생을 돕기 위해서 보시바라밀을 실천하는 것이다.

보시에는 3가지 종류가 있으니 재보시, 법보시, 무외시이다. 재보시는 흔히 알고 있는 물질보시를 말한다. 물질보시(artha dāna)의 목적은 중생들의 물질적 고통을 덜어주는 연민심의 실천이다. 법보시(dharma dāna) 는 물질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달함으로써 마음의 고통을 덜어주고 기쁨을 선사하는 것이다.

무외시(abhaya dāna)는 중생들을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보시이다.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몸과 말, 재능 등으로 봉사하는 것이다. (다시 보시를 도덕적인 관점에서 보면 바르지 않은 보시와 바른 보시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술이나, 마약, 독, 무기, 훔친 재산 등을 주거나, 바른 물건이라 할지라도 삿된 동기로 보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아래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바른 특징을 갖추고 보시하는 것을 말한다.) 

보시는 해탈의 원인이 된다. 비록 보시를 행하는 사람이 연민심이 적고, 성냄이 많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일 지라도, 보시를 지속적으로 행함으로써 불법을 만날 기회가 생기고, 불법을 만남으로써 연민심, 평화로운 마음, 자기중심적인 것에서 벗어남 등과 그것들의 이익과 관련된 가르침을 배울 수가 있을 것이다.

범부는 보시한 과보를 경험할 때 즐거움을 느끼지만, 보살은 다른 중생의 이익 됨을 보기에 보시하는 그 순간을 즐긴다. 이것이 보살과 범부의 즐거움의 차이다. 그러나 수행자가 좋은 곳에 태어나기 위해서 보시를 하건, 해탈을 성취하기 위해서 보시를 하건 간에 보시는 중요하다. 그러므로 보살은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행복감에 잠긴다. 

또한 보시는 보시바라밀로 승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보시는 그야말로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남에게 베풀면서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그 보답을 바라게 된다. 그러한 보시는 생색을 낳는다. 보시를 하고 나서 상대방이 응당한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으면 불쾌해진다. 이것이 세간적 보시의 특징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보시의 과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물질적 풍요는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보시가 정신적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시바라밀’은 상대방에게서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바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공덕을 다시 부처님에게로 회향한다. 이것을 출세간적 보시라 한다. 

보시는 누구나가 할 수 있지만, 보시가 바라밀이 되려면 보시의 결과로 다음 생에 받을 공덕 또한 다른 사람에게 회향하여야 하는 것이다. 즉, 보시의 결과로 받을 물질, 칭찬, 인정 등을 다른 사람이나 부처님의 공으로 돌려야 하는 것이다. 보시가 보시바라밀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불과를 얻기 위한 10바라밀을 수행해야 하고, 둘째, 받는 자, 주는 자, 보시물은 본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꿈과 같은 상태로 존재한다는 즉, 이 세 가지가 모두 본래 공함을 알면서 집착함 없이 보시해야 한다(空三輪淸淨). 셋째, 모든 보시의 공덕을 모든 중생에게 회향함으로써 중생을 위한 불과를 성취함을 말한다. 이 모든 것이 중생에 대한 지극한 연민심과 공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반드시 어떤 것에도 머물지 말고 보시(布施)를 해야 하나니, 소리와 향기와 맛과 감촉과 그 외의 온갖 것에 머물지 말고 보시해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보살은 반드시 이와 같이 보시하여 형상에 머물지 말라.” 

[불교신문3565호/2020년3월14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