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과 불교는 어떻게 만나는가

유선경 홍창성 지음 / 운주사
유선경 홍창성 지음 / 운주사

“존재하는 어느 것도 아무 원인과 조건 없이 무(無)로부터 나온 것은 없다. 사물은 조건이 모이고 흩어지는 데 따라 생겨나고 소멸한다. 즉 사물은 조건에 의존해서(緣) 생겨난다(起).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이다.”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철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유선경, 홍창성 박사는 최근 펴낸 <생명과학과 불교는 어떻게 만나는가>를 통해 생명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불교에서의 연기와 공(空)의 관점으로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해인총림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의 저서 <깨달음과 역사>를 영역하고, <미네소타주립대학 불교철학 강의>를 출판하는 등 불교의 연기 개념으로 동서양 형이상학을 재구성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연기와 공의 관점이 단순히 기존 방법론과 양립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연기와 공의 관점으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예측해야만 제대로 된 생명과학 연구가 가능하고, 생명현상에 대한 올바른 설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자성(自性)의 존재를 주장하는 본질주의를 바탕으로 생명현상을 연구해 온 서구의 생명과학은 이미 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진화론이나 분자생물학의 과학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구의 본질주의라는 철학적 토대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한 저자들은 “불교의 연기법과 공의 관점으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재해석함으로서 이런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다”면서 본질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방법론을 선보인다.

특히 “연기와 공의 관점이 단순히 기존 방법론과 양립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연기와 공의 관점으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해야만 제대로 된 생명과학 연구가 가능하고, 따라서 생명현상에 대한 올바른 설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생명현상에 대한 불교철학적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가운데 이 책은 생명과학과 불교철학의 만남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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