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원이 조계종도의 가치관을 바로 세우기 위한 세미나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불자수가 감소하고 출가자가 급감하는 현실에서 포교원이 조계종도가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연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세 명의 교수 전문가가 나와 ‘한국 사회에서 조계종의 위상과 역할’, 조계종의 통 불교적 성격, 정화 불사 등에 관해 발표하고 토론회를 펼쳤다. 전문가들의 발표를 종합하면 참선수행을 중심으로 간경 염불 주력 등 다양한 수행을 받아들이는 비구승단 조계종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며 종교세가 약화되는 가운데서도 불교 가치관은 미래 사회에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능성을 현실화 하려면 신도 교육, 미래 사회에 맞는 신앙체계 정립 등 종단 차원에서 준비해야할 일이 많다. 그렇지 않다면 종단 존립을 우려해야할지 모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 종단은 정화를 통해 부처님 이래로 내려오는 계정혜 삼학의 수행체계를 확립하고 청정 독신승이 중심이 된 승가공동체를 이루어 오늘날 세계 최대의 불교 교단으로 성장했다. 이는 부처님 가르침과 수행을 계승한 우리 종단의 쉼 없는 정진 덕분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많다. 그 중에서도 종도로서 공통된 가치관과 삶의 지향점을 정립 하는데는 소홀히 한 것이 사실이다.

조직관련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종교의 생명인 신앙체계 정립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같은 조계종도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개인 마다 신앙과 수행이 제각각이다. 물론 이번 세미나에서도 나왔듯이 우리 종단은 선수행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수행을 인정하는 통불교를 지향해 어느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 내용 몇 가지는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기독교는 십계명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대개 술을 멀리한다. 이슬람인들은 돼지고기를 섭취하지 않는 등 종교 마다 생활 원칙이 있다. 반면 불교는 오계(五戒)를 엄격히 지키도록 강요하지 않으며 스님들은 고기를 멀리 하지만 신도들에게 적용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불자가 꼭 지켜야할 생활 수칙이 없다. 

종교가 생명성을 유지하려면 생활 수칙, 목숨 걸고 지켜야할 교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법회 때 마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불자가 꼭 지켜야할 네 가지 큰 서원’을 다짐한다. 윤회와 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서원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생활에서 실천해야 하는지 실행 방법이 없다. 이는 동력 없는 배나 ‘실행화일’ 없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다. 종도로서 정체성이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불교신자인지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도 바로 생활과 연결되지 않는 교리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포교원이 주관하여 조계종도의 가치관을 정립하려는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큰 진전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종단의 성립과 신앙 등에 관해 논의한 만큼 다음 부터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생활에 적용하고 이를 삶의 지표로 삼을 것인지에 관해 심도 깊은 논의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불교신문3544호/2019년12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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