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행보다 더 쓸모없는 게 자존심입니다”
“악행보다 더 쓸모없는 게 자존심입니다”
  • 장영섭 기자
  • 승인 2019.12.06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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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에…’ 펴낸 부산 대광명사 주지 목종스님

불자들이 삶에서 겪는
36가지 질문에 대해
명쾌하고 시원한 해답

2009년 대광명사 창건
도심포교의 선두주자
유튜브 ‘불바보TV'로
찾아가는 포교 ‘모범’

당신의 마음에 답을 드립니다

목종스님 지음 / 불밝힌작업실 그림 / 담앤북스

인간은 유한하다. 생명에 한계가 있으므로 언젠가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능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남과 싸워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이 지긋지긋한 한계 때문에 종교를 믿고 한계가 없다는 절대자에게 기대는 것이다.

하지만 부처님은 본래 무상(無常)이고 무아(無我)임을 일러주면서, 한계에 대한 긍정이 삶에 오래고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가르친다. 불자들의 마음공부란 이 한계가 결국은 실상이요 진실임을 알아가는 일이겠다.

부산 대광명사 주지 목종(木鐘)스님의 신간 <당신의 마음에 답을 드립니다 - 삶 속에서 나누는 진리의 향기>에도 부처님의 충고가 숨 쉰다. 필연적인 ‘모자람’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하든 행복을 지나치고 말며 기어이 끝장이 난다.

스님은 하심(下心) 또는 내려놓음을 수시로 이야기하며 알고 보면 “많이 내려놓을수록 이익(29쪽)”이라고 말한다. 어떤 조건에서만 행복하기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대광명사(大光明寺)는 올해로 창건 10주년을 맞았다. 비로자나부처님의 거룩한 법신을 이 땅에 구현하자는 원력을 품은 이름이다.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도심포교당으로, 활발한 불교대학 운영과 대사회 보살행으로 부산불교의 위상을 지탱하고 있다. 목종스님은 2009년 ‘모든 생명체의 행복을 위해 바르게 배우고 바르게 실천하라’는 기치를 내걸고 대광명사를 세웠다.

<당신의 마음에 답을 드립니다>는 상담에세이집이다. 불자들이 살면서 혹은 신행생활을 하면서 생길 수 있는 질문 36가지와 각각에 대한 목종스님의 친절한 조언과 해법을 담았다. 평소 법회를 마칠 때마다 신도들에게 질문지를 적어내라고 했고 그것들을 선별했다. 실제 삶 속에서 얻은 생생한 고민거리이기에, 세밀하고 구체적이며 매우 현실적이라는 것이 물음들의 특징이다.

‘은근히 무시당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절에서 하는 봉사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배우자를 어떻게 대하는 것이 잘하는 걸까요?’ ‘괴로운 마음을 어떻게 멈출 수 있는지요?’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습니다.’ ‘만나면 불편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죽은 영가는 하루빨리 잊어야 좋은 것입니까?’ ‘지인의 49재에 가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갓 태어난 손자를 위해서 어떤 기도를 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요?’ ‘제가 이 생에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 걸까요?’

대광명사 신도들뿐만 아니라 불자라면 나아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의문이자 고충이기에, 책은 누가 읽어도 유익하다.
 

부산 대광명사에서 만난 목종스님. 신간 '당신의 마음에 답을 드립니다 - 삶 속에서 나누는 진리의 향기'를 통해 이런저런 삶의 문제에 대해 친절한 해답을 선물하고 있다.
부산 대광명사에서 만난 목종스님. 신간 '당신의 마음에 답을 드립니다 - 삶 속에서 나누는 진리의 향기'를 통해 이런저런 삶의 문제에 대해 친절한 해답을 선물하고 있다.

책의 1부 ‘세상과 나’는 세상과 부딪치며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들을 짚어본다. 다들 알다시피, 세상과 부딪히는 일이란 절대다수가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다. 지독한 난제인 인간관계를 처리하고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가 목종스님의 부드러운 말투를 통해 배어나온다.

2부 ‘신심과 나’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나타나는 궁금증과 내적 고민을 다룬다. ‘왜 열심히 기도를 했는데 교통사고가 난 것인지, 왜 보시를 하려고 하면 아깝다는 생각부터 먼저 드는지 등 불교에 귀의해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모순에 대한 스님의 인상적인 대답을 모았다.

목종스님 개인적으로는 <구하지 않는 삶의 즐거움>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신도들과의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11월28일 대광명사를 찾아 스님을 만났다. 책을 낸 동기는 부처님의 정법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한 목적이다. 무엇보다 “불교의 근본인 자비와 인과(因果)의 관점에 정확히 근거했기에, 일반적인 심리학자나 ‘처세 전문가’의 인생론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책장을 차례로 넘기면 그간의 공부가 대단히 깊었고 안목이 튼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님의 명쾌한 해답을 관통하는 줄기는 이와 같다. 한계를 인정하고 오히려 활짝 드러내면, 한계는 더 이상 한계가 아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속 시원하게 들린다. 내가 무시당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존심 때문이다. “자존심을 버리세요. 자존심을 버리면 내 주위에는 스승이 가득합니다. 자존심만 내려놓으면 온 우주가 진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15쪽)” 내가 아픈 이유는 나를 고집하는 데서 온다는 진단은 매우 불교적이다. 나를 지키려면, 역설적으로 나를 버려야 한다.

“무시당하는 사람에게 무시했다고 욕을 하거나 다투면 그 사람에게 당하는 겁니다. 그 사람이 날 무시하면 무시하세요. 그 다음엔 무엇이 필요할까요? 만약 그 사람을 진짜 이기고 싶다면 그 사람의 삶에 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줘야겠지요. 어떻게 보여주면 될까요? 그 사람에게 잘해주면 됩니다. 잘해주면 그 사람은 절대 나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16쪽)”

이밖에도 살기 힘들다는 여러 호소에 대한 스님의 해법에는 “구하려는 그 마음을 쉴 것(106쪽)”이란 정신이 바탕으로 깔려 있다. 그래야만 내게 이로울 때만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스님들에게 포교는 의무다. 목종스님 역시 포교를 위해 존재한다. 책을 펴내는 이유도 ‘전법(傳法)’ 그것뿐이다. 종교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현대사회에서 그 어깨는 더욱 무겁다. 지난 8월부터 유튜브에 ‘불바보TV'를 운영하는 까닭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를 알리겠다는 원력 또는 위기감의 산물이다.

‘불바보’란 이름은 ’불교 바로 보기‘의 축약이다. 바로 보기란 무엇인가. 저서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처럼, 스님과 신도들 모두 ’내려놓아야만‘ 불교에 새로운 살 길이 열린다는 지론이다.

“이제는 스님들이 더 이상 대접받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부지런히 낮추고 사람들을 찾아가지 않으면, 불교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불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부처님께 열심히 기도하고 나만 소원성취하면 그만‘이란 인식을 바꿔야지요.”

차라리 악행을 저지르면 참회할 기회라도 생긴다. “악행보다 더 쓸모없는 게 자존심”이라는 책속의 글귀가 오랫동안 귓가를 울린다. 정말로 “많이 내려놓을수록 이익”일지, 꾸준히 실천해볼 일이다.

부산=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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