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가볍게 살아가고 싶을 때 읽는 책
자유롭고 가볍게 살아가고 싶을 때 읽는 책
  • 장영섭 기자
  • 승인 2019.10.25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욕망의 절제를 통해
얻는 일상의 행복
“쓸데없는 걸 버리고 버려야
진짜 소중한 걸 알 수 있다.”

버려야 채워진다

후지와라 도엔 지음 / 김정환 옮김 / 센시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실패를 한두 개 더 쌓아간다는 것이다. 자존감도 따라서 늙어간다. 씁쓸하지만, 현실도 인정하게 되고 주제파악도 하게 된다. 성공을 향한 ‘대원력’보다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갔으면 하는 조바심에 익숙해진다.

<버려야 채워진다 -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채울 것인가에 대한 큰스님의 조언>는 작아져 늙수그레한 마음에 위로를 주는 책이다.

‘가장 마음이 편안한 상태는 있든 없든 신경 쓰지 않는 상태.’ ‘대단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안심(安心)이 되는 사람이 되자.’ ‘선입견이라는 마음의 쓰레기’, ‘허영심은 마이너스가 될 뿐.’과 같은 구절과 그 구절에 대한 논거는 간결하고 친절해 시원한 봄바람과 같다. 조금은 덜 서럽게 늙어갈 수 있는 방법이 살가운 말투로 제시되어 있다.

저자는 도심포교에 매진해온 일본의 승려다. <마음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을 때 읽는 책> <선, 머리의 정리> 등의 그간 저서에서는 선(禪)에 대한 안목이 깊은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신간에서도 그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승려작가 특유의 소박하면서도 실제적인 조언이 구미를 당긴다.

그는 제목에서 ‘버려야 채워진다’고 권하는데, 욕망을 버리라는 것이다. 물론 불교에서는 무욕(無慾)을 쉽게 말하지만, 살아있는 것이 모든 욕망을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 저자 역시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다. 그가 겨누고 있는 욕망은 ‘쓸데없는’ 욕망이다. 그 쓸데없음에 대한 통찰이 무척 공감이 된다.

쓸데없는 말을 버림으로써 더 많은 의미와 감동을 전달할 수 있다. 싫어하는 감정을 놓아버림으로써 자신을 휘두르던 ‘싫다’는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논리를 버림으로써 평소와는 다른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다.

분주한 마음을 버림으로써 쫓기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를 얻을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타인에 대한 기대와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을 일이 없어지고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굽이치는 인생길을 곧이곧대로 가려 하면 벽에 부딪혀 다친다”고 '버려야 채워진다'는 말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굽이치는 인생길을 곧이곧대로 가려 하면 벽에 부딪혀 다친다”고 '버려야 채워진다'는 말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쓸데없음의 본질을 파고들면 ‘지나침’이란 병폐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은 무수한 인연에 의해 형성되고 움직이는 것이니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웬만해선 변화하지 않는다. 방향이 틀린 노력은 하나의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너무 온힘을 다해서 일하면 그만큼 감정의 동요가 커지고, 발을 구른 자기 자신이 그 감정에 휘둘리게 됩니다. 감정의 폭을 제어하지 못한 채 계속 휘둘리면 어떤 시점에는 그네에서 떨어지듯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125쪽).”

무엇보다 저자가 버림을 계속해서 독려하는 이유는,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하게 버릴 때 비로소 정말로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어서다. 

버린 만큼 채워진 인생은 ‘달관’으로 수렴된다. 사실, 삶이란 게 본래 ‘버려지는’ 것이다. 늙어감의 버려짐 또는 병듦의 버려짐에 순응할 때 분노와 한탄이라는 2차적 고통을 덜어낼 수 있다.

“인생에는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입니다. 곧게 나 있는 것처럼 보였던 길이 갑자기 구불구불 굽이치는 길로 바뀌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 똑바로 질러서 가려고 하면 벽에 부딪혀 다치고 말지요. 그러므로 길이 굽었다면 굽은 대로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140쪽).”

무심(無心)의 궁극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책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런 가운데 다양한 감정이 생겼다 사리지는 게 인간이지요. 어떤 사건도, 어떤 감정도, 일어날 때는 일어나며 때가 되면 떠나갑니다. 그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면 신기하게도 발밑이 안정되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청산처럼 ‘본래 움직이지 않는’ 경지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154쪽).”

책 표지부터 일본의 이름난 선사 하쿠인이 지은 ‘하이쿠’가 머리를 개운하게 한다. 제목은 ‘요술망치.’ “온갖 보물을/ 나오게 한다고 한다./ 거짓말이야/ 사치에 빠진 머리를 깨부순다네.” 특별한 목표와 기대 없이, ‘대충’ 살아가는 지혜를 설명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