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혹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활동가라는 명칭, 과연 활동가라는 건 뭘까? 나는 가끔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에서 의문이 들었다. ‘활동가’ 과연 그건 뭘까?

그저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을 굳이 활동가라고 말하는 걸까? 그렇게 말하자니 간사, 매니저, 지부장, 단원 등 본인을 상징하는 직책이 있으니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의 활동가란 도대체 무엇인가? 현지 분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 아니면 현지인처럼 사는 사람이 활동가일까? 
 

나는 내가 변하면 내가 보는 세상이 변할 것이고, 나의 세상이 변하면 우리의 세상은 움직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사진은 미얀마 학교에 출장 갔을 때 아이들과 함께 찍은 모습.
나는 내가 변하면 내가 보는 세상이 변할 것이고, 나의 세상이 변하면 우리의 세상은 움직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사진은 미얀마 학교에 출장 갔을 때 아이들과 함께 찍은 모습.

나는 이 분야에 들어온 지 이제야 3년차 밖에 안 된 애송이지만, 정말 많이 들어왔던 명칭 ‘활동가’라는 이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다. 진정한 활동가란 무엇이며 좋은 현장이란 무엇일까? 나는 답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마인드로 살아야 하는지는 깨닫는 과정 인 것 같다.

가끔 현지와 현장을 이해하지 않고 한국적 마인드로만 생각하거나 판단하는 사람, 현지 혹은 현지인들을 무시하는 단체나 사람들을 볼 때면 참으로 안타깝다. 그런 사람들은 늘 현지의 어려움과 비협조성, 자기가 하고 있는 사업과 일의 강도를 성토하며 누가 더 불행한가 혹은 누가 더 힘든 가를 따진다. 속칭 누가 더 불행한지를 경쟁하는 것이다.

“우리 사업장에 비해 너희는 가깝다”, “우리 단체의 직원은 너희 단체 직원에 비해 한국어가 서툴다” 등등. 그런데 누군가가 그들에게 강압적으로 현장에 나가라고 시켰을까? 누가 시켜서 현장에 나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본인의 선택으로 현장에 나와 활동하고 있고, 정확하게 말하면 급여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처음 현장에서 활동하기로 했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으며 그런 사람들은 현장과 현지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그런 사람들은 타인을 그저 대나무 숲이나 자신의 감정의 쓰레기통 정도로만 생각하는 걸까? 가끔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면 많은 걸 생각하게 되지만 높은 확률로 힘이 빠져버린다. 

나는 아직 활동가나 좋은 현장이 뭔지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사실은 잘 모르겠다. 그저 현지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20대 후반의 한국인이다. ‘나는 현지를 바꾸는 사람이 될 거야’ 따위의 거창한 포부 대신 나는 늘 생각한다. 나는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심지어 변화시키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하지만 내가 변하면 내가 보는 나의 세상이 변할 것이고, 나의 세상이 변하면 우리의 세상은 움직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언젠간 나는 어떤 활동가였는지, 진정한 활동가와 좋은 현장이 어떤 것인지 명쾌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나는 오늘도 웃으며 미얀마에서의 활동을 이어간다.

[불교신문3526호/2019년10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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