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념스님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이다. 대한민국의 자부심이자 자긍심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한글에 대한 영화가 나왔다. ‘나랏말싸미’라는 제목이다. 한글 창제에 대해선 전부터 이런저런 설이 많았다. 그중에 하나인 신미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스님이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불교영화는 아니다. 한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그런 말을 안 할 성싶다.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무조건 종교색이 짙다는 이유로 영화도 보지 않고 무조건 평점을 0점으로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심히 마음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불쌍하게 여겨진다. 

매스컴의 영향도 있고 인스타그램, SNS, 트위터 등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전파되어 잘못된 정보에 속아 넘어가는 일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은 것 같다. ‘나랏말싸미’가 그런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는 슬기로운 국민이다. 비 오는 날, 남이 소금지고 장에 간다고 덩달아 소금을 지고 가는 그런 일을 하지는 않으리라고 믿었다. 적어도 불자라면 다른 사람들과는 뭐가 달라도 다른 줄 알았다. 매일 보고 듣고 쓰는 한글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라도 너도나도 다 같이 영화를 보러 나서야 하거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첫날은 영화관 세 개 관에서 상영을 했다. 이틀 뒤는 한 개 관에서만 하고, 그 다음날은 하루에 두 번, 그것도 시간대가 아침 9시와 저녁 10시였다. 그러다가 막을 내려버렸다. 

영화가 주는 감동이 너무 커 다섯 번이나 보러갔었다. 화면에 나오는 대화들이 마음에 와 닿아서였다.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하면 “장작과 걱정은 산스크리트어로 같은 글자랍니다. 장작은 죽은 사람의 몸을 태우고 걱정은 산 사람의 가슴을 태우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이었다.

같이 영화를 보러갔던 도반 스님은 “종단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려면 돈이 없어 못 만들 텐데, 잘 만들어 놓은 이런 영화를 불자들이 보면 손 하나 까딱 안하고도 포교가 될 터인데 왜 꼼짝도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무원 관계자 스님들은 ‘영화시사회’에 초빙되어 먼저 다 보았다고 들었다. ‘나랏말싸미’를 보고 분명 느낀 게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종단 차원에서 불자들이 모두 영화를 보러가도록 독려할 수는 있지 않았을까 싶다. 왜 입을 다물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지 물어보고 싶다. 다음부턴 스님들이 나오는 불교적인 영화를 누가 찍으려고 하겠는가. 영화가 오래 상영되기를 그토록 바랐건만 조기에 끝나버려 너무나도 허무했다. 

[불교신문3512호/2019년8월21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