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산(山)은 안개로 풀려버렸다.
소내기가 비롯되는 야반(夜半)에
그것은 온통
음성(音聲)으로 되살아왔다.

- 박목월 시 ‘산(山)’에서
 


달이 시원스럽게 높이 솟아 산을 비춘다. 달빛은 확 트여있다. 견고한 산은 안개에 덮여서, 형체를 수시로 바꿔가며 뭉그러져 움직이는 안개처럼 되어버렸다. 또 어느 날 밤중에는 소나기가 산에 요란하고 가득하여 산은 소나기 내리는 소리를 온통 입었다. 이처럼 산은 무른 모양의 안개가 되는 날이 있고, 또 곧은 소리의 소나기가 되는 날이 있다.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이것은 저것에 의지한다는 이치를 이 시는 말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가령 박목월 시인이 시 ‘산(山)·소묘(素描) 7’에서 “두룹나무 순은/ 어디에서 돋아나는가.// 한줄기 빛에도/ 환하게 웃는 산(山)”이라고 썼듯이 두릅나무의 새순이 내는 연두색의 그 미세한 빛 하나에 거대한 산이 환해지는 것이다. 산색(山色)의 바뀜이 이 작은 두릅나무 새순의 싹틈에 의지해 이뤄지는 것이다.

[불교신문3511호/2019년8월17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