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을 때려 고운 무늬로 퍼져나가기까지는
울려 퍼져 그대 잠든 사랑을 깨우기까지는
신열의 고통이 있다,
밤을 하얗게 태우는
더 멀리 더 가까이 그대에게 가 닿기 위해
스미어 뼈 살 다 녹이는 맑고 긴 여운을 위해
입 속의 말을 버린다,
가슴 터엉 비운다
-권갑하 시 ‘종’에서
이 시조는 종의 형태와 종의 소리를 빌어 사랑의 고백과 사랑의 실현을 노래한다. 종소리가 생겨나고, 또 물결처럼 퍼지고 나아가 사랑하는 이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긴 고통의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 사랑하는 이는 멀리에 있고, 그래서 그이에게 나의 사랑이 닿으려면 가운데가 텅 빈 종의 형상처럼 자신의 가슴을 비워야 한다. 순수하고 오롯한 마음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할 때 은은한 종소리는 사랑하는 이에게 가서 스며들게 되고, 또 맑고 긴 여운으로 오래 남을 수 있게 된다. 사랑의 먼 거리와 사랑에로의 당도뿐만 아니라 사랑의 여음(餘音)까지 이 시조는 함께 표현한다.
[불교신문3497호/2019년6월22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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