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주

어린 시절 박물관에 가서 커다란 불상을 보고 깊은 평화를 느꼈던 순간을 나는 기억한다. 모든 걸 품는 편안한 침묵 속에 은은한 미소를 짓고 계셨던 그 모습. 부처님이 살아 계셨던 당대 사람들은 부처님 곁에만 있어도 고요와 평화를 느꼈다는데 나도 어린 시절에 불상 앞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여러 의미의 평화는 개인에게도 우리 세상에도 가장 필요한 가치다. 너와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우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또한 평화일 것이다.

일상 속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들을 알아보는 깨어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숨겨진 보물찾기처럼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마음으로 보고 들으면 볼 수 있는 것들, 온전히 가슴으로 봐야 하는 것들, 시인도 보이지 않는 것들의 세상에 마음을 연다.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모르고 지나쳐서 자신들을 발견해 주기를 원하는 그런 것들의 가치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가 없다고는 하지만 보이는 것에만 너무 마음 쓰며 사는 것은 아닌지 균형은 잘 잡고 사는 건지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어머니의 가슴에 피어나는 온기, 어린 아이의 바람꽃 같은 미소, 사람들 사이의 사랑의 강, 작은 풀벌레들이 온 몸으로 부르는 생명의 소리. 1차원적인 감각을 넘어 내재된 가치들을 깨닫는 것. 개인적일수도 보편적일수도 있는 소중한 가치들.

삶이라는 인생학교에서 나는 얼마나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배우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나의 마음은 홀로 걷지 않는다. 원래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보고 거기서 멈출 뿐이다. 인생학교에서 오늘도 나는 배운다. 평생을 두고 진실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볼 줄 알고 배우며 살아가고 싶다. 

[불교신문3496호/2019년6월19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