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무엇을 깨닫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한국불교, 무엇을 깨닫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 정리=김형주 기자
  • 승인 2019.05.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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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논단 100회 기념 대토론회…‘사회적 苦’ 깨닫고 해결하는 ‘사회적 佛性’ 필요할 때

2009년 2월 시작한 ‘불교평론 열린논단’이 100번째를 맞았다. 열린논단은 1년에 10차례 정도 연다. 100회를 맞은 열린논단에서는 특별한 발제자가 없다. 참가자 모두 ‘한국불교, 무엇을 깨닫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주제로 의견을 개진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불교 쉽게 전하고 싶어도
믿고 참고할 책 한권 없어

불교의 연기·무아 가르침
이타·자비심 실천으로 터득

불교도 입맛따라 취하는
‘다양한 레시피’ 필요해

지난 4월18일 저녁 서울 신사동 MG타워빌딩 불교평론 세미나실에서 열린 100회 열린논단은 발제자 없이 자유롭게 토론이 이어졌다. 사진 왼쪽부터 명법스님, 김왕근, 허우성, 이창숙, 유정길, 이철훈, 박병기, 구윤임, 김혜천, 서재영, 장성우, 방영준, 홍사성 씨.

김왕근 붓다로살자 잡지 편집장이 토론의 첫 주자로 나섰다. 김 편집장은 유교의 언어가 한국인의 일상에 많이 사용되는 것처럼 불교의 용어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아, 연기 같은 용어들이 일상화돼야 한다. 현대 한국인은 수많은 구성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현대문명 전반에 관심을 갖고, 현대문명을 자기 영역으로 삼아 문명을 이끌어야 한다. 현대 학문 대부분이 불교와 명맥을 같이 한다. 1000년 전 차지했던 원류를 차지해야 한다.”

이어 허우성 경희대 교수는 “불교평론이 최근 한겨레신문과 조선일보 기자를 초청한 적이 있었는데 말들이 나왔고 열린논단도 이념적 간극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었다”며 “이들 사이에 화쟁이 가능할까. 우리나라가 진보와 보수라는 기준이 생겼으면 좋겠고, 궁극적으로 공동체가 튼튼했으면 한다. 튼튼한 국가공동체를 위해 진보와 보수사이 간극을 메울 길이 있을까. 쉽지 않아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화쟁의 길이 보이면 혜안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교학자인 이창숙 박사는 “중국석학 남회근 선생의 <알기 쉬운 불교수행법>이란 책을 읽었는데 핵심은 ‘불교수행의 기본은 순간순간 자기반성’이라는 말이었다”고 수행에 대해 이야기 한 후 한국불교 콘텐츠에 대해 “삼성이 영덕에 지은 사원연수원에 가봤는데 가장 좋은자리에 3층짜리 명상센터를 만들었다”며 불교가 가진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전했다.

사회를 맡은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은 “오늘 주제는 깨달음에 대한 주제뿐 아니라 실천적 주제도 담고 있다”며 보다실천적 방향의 의견을 요구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은 “불교생태학자인 조안나 메이시는 지금 같은 전환기에 두 가지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호스피스 역할과 산파역할이다”며“불교환경문제에 대해 사상적으로 대안이 될 수 있고 담마로서는 희망이 있다. 불교의 내용을 갖고 있는 사람이 확산시켜야 하는 일을 조직으로서 불교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객석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었다. 기독교 신자라고 자신은 소개한 이철훈 흥덕고 윤리교사는 “불교하면 나이든 분이 좋아하는 느낌과 전문적인 학자가 좋아하는 종교 그래서 젊은 사람, 청소년들이 믿는 종교는 느낌은 없다”면서 본인 경험을 이야기 했다. 

“제가 수업 들어가는 반 학생 중 카톡 프로필이 ‘내년엔 꼭 죽겠다’는 아이가 있었다. 책도 자살, 죽음이란 책만 읽을 정도다. 그래서 학생을 만나서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고 생각하는 것을 지워보라고 했다. 햇빛, 바람을 느껴보라고 했다. 그 순간 고통을 느꼈냐고 하니 고통을 잊었다고 한다. 명상이 도움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아이에게 도움 줄만한 불교책을 권해주고 싶었는데, 줄 책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불교의 따뜻한 세상을 보는 지혜를 전해주는 책이 나왔으면 한다 ”며 학생들 뿐 만아니라 교사들도 읽을 만한 쉬운 책이 없다며 실제 교육과정에서 느끼는 점을 전했다.

이에 대해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가능하면 불자들, 교육계 종사자에게 불교를 가르치고, 선생과 학생들도 일상적인 깨달음을 삶 속에 구현해 고통이 감해지려는 노력을 각자 자리에서 해야 한다. 그런 책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읽을 만한 책, 그 이전에 교사들이 참고할만한 책이 없다. <금강경> <수심결>을 보조텍스트로 해놨음에도 일반 교사가 그것을 읽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노력들이 제가 깨달음의 실천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 하기엔 버겁고 힘들다. 도움을 줬으면 한다”며 부족한 교재 현실에 대해 답했다.

이어 관련 구미 화엄탑사 주지 명법스님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불교교과서를 종단에서 만들어서 감수를 해달라고 부탁이 왔다. 감수를 했는데, 이 책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했다. 알맹이가 없는 것 같았다. 그분들이 참고할 책들이 너무 오래된 책이었다. 우리나라 불교학계의 부지런하지 못함을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과 대화하다 보면 불교의 고급한 교리를 줄줄 꿰고 있지만 말만 알지 내용을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 불교학 수준, 스님들 교육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학자와 스님들의 문제”라며 “요사이 명상에 대한 흐름이 큰데, 그것이 희망적이긴 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감성적인 체험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너무 지나치게 언설적, 추상적인 불교를 자기 삶으로 가져오려면 감성적 체험이 필요하긴 하다. 문제는 거기서 끝난다는 것이다. 부처님 말씀에 비춰 내가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더 나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지도해줄 스승,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그것은 상업화 측면과도 맞물린다. 결국 이 두 가지가 수렴돼, 이 체험에서 머물지 않고 부처님 가르침에 더 높은 차원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교과서와 명상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 했다.

불교상담심리로 대학원 박사 과정에있는 구윤임씨는 국제포교사회에서 어린이 영어포교 관련된 일을 한적이 있다며 “어린이한테는 우리나라 교육이 영어를 우선하는데, 어린이법회 영어교재도 없었다. 7년 전에 영어교재 한 번 만들어 보자고 종단이랑 논의했는데, 임원이 바뀌면 없어지는 일을 서너 번 겪었다. 이론적으로 말고, 실제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고민했으면 한다”며 직접 경험한사례를 이야기했다.

조계종 12기 포교사로 자신을 소개한 김혜천씨는 “이타행 공덕을 통해 정각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전에 나오는 어떤 단어들 가르치기보다, 생활에서 불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가르치는 불교가 됐으면 한다”며 작은 일이지만 이 종이컵 하나라도 줄이는 것처럼 생활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서재영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흔히 ‘너는 머리에 똥만 들었나’ 할 때가 있다. 우리가 농담으로 한 얘기였는데, 백장스님이 하신 말씀이 ‘희론의 똥’이란 말을 하셨다. 있다 없다, 나다 남이다 하는 양변의 사유를 ‘희론의 똥’이라고 했다. 진보냐 보수냐 남성이냐 여성이냐, 극단적인 자의식에 갇혔다면, 그렇다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고(苦)다. 우리는 고를 덮어놓고 내면으로 침잠했다. 고의 침잠의 문제가 아니라 연기와 무아라는 가르침은 외형적 이타심, 자비심 실천을 통해 아는 것 아닌가. 최근 낙태얘기 나왔는데, 불교계에서 중요한 문제임에도 침묵하고 있다. 대자보를 봤는데, 낙태죄에 대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제기를 봤다. 우생학적으로 어떤 장애인도 태어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었는데 우리는 이런 문제를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 생태적인, 환경적인 문제가 바로 ‘사회적 고’인데 이를 깨닫고 실천하는 게 불교의 사회적 불성이 아닌가“ 라며 고를 바로 알고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에 대한 실천으로 주제가 옮겨지면서 토론에 참석한 장성우 동국대 강사는 “열린 논단 100회를 축하한다. 어렵게 써야만 인정받는 불교학계에서 쉽게 쓰는 글이 실리는 학술지 같은 고급 교양지가 계속 나오고 귀한 토론 자리도 활성화됐으면 한다”며 “대학원 가서 공부하다 보니,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만 불교를 알 수 있다. 책 한 권 보면 알수 있는, 쉽게 풀어내는 불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방영준 명예교수는 “보름 전에 신문에서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정관스님 인터뷰 기사를 봤다. 스님이 레시피가 하나인 음식은 죽은 음식이라고 했다. 계절, 날씨, 재료의 신선도, 드실 분,쉐프의 손에 따라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때 내가 가슴을 쳤다”고 말을 시작한 후 “불교평론에 나와 열심히 공부하면서 불교 속에서 찾아 헤맸던 것, 왜 그동안 한가지 레시피를 찾으려고 했었나! 지금까지 한국불교는 입맛이 고급인 사람, 상근기에 맞는 사람에 맞는 레시피만을 개발해 왔다. 시중 2000원, 3000원짜리 레시피가 없는 게 현실이다”고 이야기해 답답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갈했다.

홍사성 주간은 “이런 토론을 시작하면서 걱정도 있었다. 여러 사람 얘기를 듣다보면 집단지성이 발휘된다. 많은 것을느끼지 않았나 한다. 100회 맞아서 좋은 의견 나눠줘서 고맙다. 더 열심히 해 100회 200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00회 째 열린 논단이 열리는 오

늘은 열린논단의 산파 역할을 해준 무산스님 생신이고, 불교평론 초대 편집장을 지낸 고광영 선생 8주기이기도 하다. 세개의 의미있는 날이 중첩이 됐다. 불교평론이 여기 오기까지 이런 분들의 기여가 있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며 마지막 인사에 갈음했다.

[불교신문3487호/2019년5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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