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 신희권 서울시립대 교수
[불자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 신희권 서울시립대 교수
  • 정리=박인탁 기자
  • 승인 2019.04.1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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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유산 등재됐나 연구내용·가치 공유가 포인트”

‘세계유산 개념과 제도’ 특강

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가 지난 8일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이 연 ‘문화재 다량소장처 소장자·관리자 상반기 유물관리교육’에서 ‘세계유산의 개념과 제도’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펼쳤다.

신희권 교수는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결과론적 이야기일 뿐”이라며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그 유산에 대해 충분히 학술적으로 연구할 뿐만 아니라 그 유산이 가진 가치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고,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주변 환경을 좋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교계도 우리 문화재, 문화유산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만발의 준비를 펼쳐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세계유산의 개념과 제도’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통해 세계유산 등재 여부 결과보다 등재 준비 과정에서 그 유산에 대해 연구하고 그 가치를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재호 기자

열풍 분 세계유산 등재

최근 세계유산에 대한 관심이 광풍, 열풍이라고 할 만큼 지대하다. 이는 국내 각 지자체, 더 나아가 각 나라에서도 문화유산의 가치 경쟁은 물론 외교전까지 펼쳐가며 세계유산 등재를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세계유산제도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72년 유네스코 제17차 총회에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을 채택하면서 시작됐다. 세계유산은 이 협약을 통해 처음으로 용어가 정의됐다. 즉, “협약에서 규정한 기준에 의해 전 세계 인류의 공동 재산으로 등록되어 보존, 복구 등 특별 관리되고 있는 문화유산, 자연유산 및 복합유산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문화재를 전 세계 인류의 ‘공동재산’으로 처음으로 인식하고, 문화유산과 더불어 ‘자연유산’도 보존해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 협약 체결 이전의 문화재나 문화유산은 한 민족 또는 한 국가, 아니면 개인의 재산이라는 개념이 강했다. 제1차, 2차 세계대전 등을 거치면서 강대국이 문화제국주의 관점에서 우리가 더 잘 보존할 수 있다며 약소국, 식민지의 많은 문화재를 본국으로 가져간 것도 이같은 개념에서 비롯됐다.

1972년 ‘세계유산협약’ 채택

세계유산의 개념과 제도가 도입된 배경에는 1960년대 이집트가 나일강 상류지역에 댐 건설을 추진함으로써 누비안 유적, 특히 아부심벨사원이 수몰될 위기에 처하면서부터다. 이집트정부는 문화재 보존도 소중하지만 안정적인 식수와 용수 공급이 더 시급하다며 유산을 수몰시키더라도 댐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전 세계 51개국이 모여 누비안 유적에 대한 보호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때 51개국이 기금을 모아 아부심벨사원만이라도 댐 상류지역으로 이전해 살리자고 뜻을 모았다. 1964년부터 68년까지 사원을 댐 상류지역으로 옮겨 이전복원함으로써 수몰을 모면할 수 있었고 그 이후 이집트인 뿐만 아니라 해마다 수많은 세계인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이후 이같은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공통적으로 인류가 함께 보존해야 할 대상을 정하게 되는데, 그 결과가 1972년 채택된 세계유산 협약에 구체적으로 담겨지게 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의 종류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복합유산 등 유형적 유산인 ‘세계유산’, 인류의 구전 및 무형 유산 걸작인 ‘인류무형유산’, 세계문화에 영향을 준 기록물 가운데 미적, 사회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자료인 ‘세계기록유산’ 등으로 나눠 각기 다른 절차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핵심기준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부합해야 한다. 지난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을 통해 이 개념을 이해해 보자. 세계적으로 절, 불교 사원은 많은데, 이게 바로 ‘보편적(Universal)’ 개념이다. 

다른 어떤 나라에도 사찰이 없다면 보편적이지 않아서 세계유산이 절대 될 수 없다. 그 많은 사찰 가운데 한국의 사찰이 제일 뛰어나고 탁월하다고(Outstanding) 할 때, 세계유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국경을 초월할 만큼 독보적이며, 현재 및 미래 세대의 전 인류에게 있어 공통적으로 중요한 문화 및 자연 차원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할까? 유네스코는 문화유산 6가지, 자연유산 4가지 등 총10개 요건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할 때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다고 기준을 제시해 놨다. 

문화유산 분야에서는 ①인류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을 대표하는 것 ②오랜 기간에 걸쳐서 혹은 세계의 특정 문화권 내에서 건축이나 기술, 기념비적인 미술품 제작, 도시 계획 혹은 조경 디자인 등의 발전에 관한 인간 가치의 중요한 상호작용을 잘 보여주는 것 ③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의 전통양식 또는 문명의 독특함이나 특출한 증거가 있는 것 ④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단계를 예증하는 건물,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경관 유형의 뛰어난 사례일 것 ⑤인간의 전통적인 정주지로서 육지의 사용, 바다의 이용에 있어서 문화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사례이거나 또는 돌이킬 수 없는 자연 변화의 충격으로 취약해진 환경에서 인간과 환경간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뛰어난 예 ⑥사건이나 실존하는 전통문화, 사상, 신념 등의 보편적 중요성이 예술 및 문학작품 등에 직접 또는 가시적으로 연관되어 나타나는 탁월한 사례 등 6가지가 있다.

자연유산 분야 4가지 기준은 ⑦최상의 자연현상이나 빼어난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미학적 중요성을 가진 지역을 포함할 것 ⑧생명의 기록, 지형 발전상의 지질학적 주요 진행 과정, 지형학이나 자연지리학적 측면의 중요 특징들을 포함해 지구 역사의 주요 단계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 ⑨육상, 민물, 해안 및 해양 생태계와 동식물 군락의 진화나 발전에 있어 생태학적·생물학적 주요 진행과정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 ⑩과학적인 학술 연구나 보존의 관점에서 볼 때 보편적 가치가 탁월하고,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포함한 생물학적 다양성의 현장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큰 자연서식지를 포함할 것 등이 제시돼 있다.

‘한국 산지 승원’은 2개 기준 충족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은 이 가운데 3번과 4번 요건에 충족한다고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다. 등재 신청 과정에서 2번 기준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2번 기준이 왜 인정을 받지 못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같은 절대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 기준에 충족하면서 ‘진정성’과 ‘완전성’ ‘보존관리체계’의 요건도 함께 갖춰야 한다. 진정성은 해당 문화유산의 문화적 가치가 다양한 속성을 통해 진실되고 신뢰성 있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판단한다. 완전성은 해당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표현에 필요한 요소 일체를 갖추고 있는지, 규모가 충분한지, 보존상태는 양호하며 향후 위협에 대비는 충분한지 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아울러 유산을 잘 보존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화재대응시스템 등 보존관리에 필요한 체계, 즉 ‘보존관리체계’를 갖췄는지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유산에 대한 연구 및 보존관리 계획을 수립한 뒤 문화재위원회에서 등재 추진 대상을 선정한다. 등재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등 국내의 등재 단계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이어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나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서류심사와 현지 실사를 통해 보완 자료 제출 등 권고안을 결정한다. 마지막 단계로 ‘세계유산위원회’가 자문기구의 권고안을 토대로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세계유산 등재 신청이 몰리다보니 올해부터는 각 나라마다 1건씩만 등재 신청을 올릴 수 있다.

우리나라 13건 문화유산 등재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세계유산으로 167개국, 1092건이 등재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유산으로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등 13건이 등재돼 있다. 인류무형유산은 영산재 등 20건이, 세계기록유산은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 등 16건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중인 ‘잠정 목록’에도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 등 15건이 있다. 잠정 목록 가운데 ‘한국의 사원’이 오는 6월말이나 7월초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불교계도 유산 관리 더 신경써야

세계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게 나쁜 현상만은 아니다. 또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고, 안 되고는 결과론적 이야기일 뿐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돼야만 그 문화재가 뛰어나다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그 유산에 대해서 충분히 학술적으로 연구, 조사하고 그 유산이 가진 가치를 우리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주변 환경을 좋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유산이 되면 더 좋지만 설혹 안 되더라도 이런 것들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결과는 나중 문제다. 준비과정 만큼은 철저하게 잘 준비해서 그 유산이 더 좋아지고 탈바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유산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재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불교계도 문화재, 문화유산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만발의 준비를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신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는 스님과 불자들.

■ 신희권 서울시립대 교수는

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학사·석사과정을 이수한 뒤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로 공직에 발을 들인 후 학예연구관을 거쳐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장과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 국사학과에서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박물관장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 이사도 맡고 있다. 현재 문화재청 및 서울시 문화재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문화유산학 개론>, <한양도성, 서울을 흐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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