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격차
니시오 하지메 지음 송소영 옮김
빈티지하우스

니시오 하지메 지음 송소영 옮김 빈티지하우스

3000여 구의 시신을 부검한 일본의 법의학자가 전하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고발이다. 저자가 목격한 죽음은 대부분 가난하거나 외롭거나 억울한 죽음이었다. 삶의 마지막 모습이 변사체인 것만큼 불행하고 안타까운 인생은 없다며, 세상의 음지에 대한 나라와 이웃의 관심을 호소한다. 

20년 동안 저자가 부검한 모든 사체의 절반은 독신자였다. 20퍼센트는 생활보호수급자, 10퍼센트는 자살자, 5퍼센트는 치매환자, 또 10퍼센트는 무연고 시신이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죽은 자의 몸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왜 죽었는지 알려주기 위해 아우성을 친다. 실직 후 월세가 밀린 집에서 동사한 50대 남성, 혼자 사는 집에서 열사병으로 숨진 70대 여성, 치매 걸린 아내를 목욕시키다가 익사한 80대 남성, 불치의 병에 걸린 손녀를 죽이고 스스로 목을 노인, 지하철 물품보관함에서 발견된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 신생아, 10년 동안 컵라면만 먹다가 지방간으로 별세한 무직자 등 살아서의 곡절이 많았을수록 주검의 몸부림은 더욱 처절하다. 삶의 격차가 고스란히 죽음의 격차로 직결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죽어서 부검할 필요가 없는 삶이기만 해도 그럭저럭 무난한 삶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죽음의 비밀에 관한 정보도 다양하게 싣고 있다. 집안에서도 충분히 얼어 죽을 수 있다거나, 열사병은 근육을 녹일 만큼 강력한 질병이라거나, 목을 조르면 죽는 이유는 숨이 막히기에 앞서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서라는 등등. 물론 글쓴이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삶의 종말이자 비극이 아닌, 삶을 긍정하고 독려하기 위한 죽음이다. “부검 현장에서 지금까지 불행한 죽음을 봐왔다. 죽음의 방법은 누구라도 선택할 수 없다. 그러니 더욱 ‘죽음’보다는 ‘삶’에 집중해서 현재를 최대한 열심히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은이 니시오 하지메는 일본 효고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주임교수다, 2009년부터 효고현 관내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의 부검을 맡고 있다. 돌연사에 관한 논문을 다수 펴냈다. 한편 ‘소리 소문 없는 죽음’과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 죽음’은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해진지 오래다. 1인 가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고독사의 증가로 이어지는 법이다. 이른바 ‘지옥고(반지하 원룸·옥탑방·고시원)’에서의 생활은 고독사의 온상이기도 하다. “주택가에 있는 집 안에서 굶주린 배를 끌어안고 홀로 사람이 얼어 죽는다. 이것이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현실이다.” 책 속에 나오는 구절이다. 저자는 일본인이지만 마치 한국에 사는 것 같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