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지내는 불교 출판계 종사자가 얼마 전 일반 출판계 종사자의 블로그에 실린 글을 보내줬다. 새해에도 변함이 없는 출판의 어려움과 서러움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가뜩이나 적은 매출이 지난해 30% 더 떨어졌다. 1인 출판사가 대거 생겨나면서 출판사 숫자는 늘어났지만 발행실적이 있는 출판사는 전체의 15%에 지나지 않았다. ‘요즘의 책은 요구르트와 같다’는 푸념도 인상적이었다. 책이 발간됐다가 사흘 남짓 만에 시장에서 사라지는 주기를 유통기한이 짧은 요구르트에 빗댄 것이다.

블로그를 링크해 발송한 불교계 출판인도 똑같은 하소연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좋은 책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한다’는 마음은 모든 불교출판인들이 지닌 자부심이다. 그러나 자부심만으로는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다. ‘팔리기만 한다면 무슨 책이든 내겠다’는 속내를 가끔 들키기도 한다. 출판인들의 열의가 줄어들면 당연히 책도 줄어든다. 10여 년 전만 해도 책이 최초로 발간되면 기본적으로 3000부를 찍었다. 근자에 1쇄 부수 기준이 2000부로 줄어들었고 이제는 초판본을 그마저도 찍지 못하는 책도 부지기수다.

최근 ‘오디오북’이 유행하면서 출판시장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책을 낼 시간을 따로 내기 힘들 정도로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책의 내용을 귀로 들려주는 것이다. 잠들기 전에도 좋고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도 안성맞춤이다. 손바닥 절반 크기에 불과한 ‘미니북’도 며칠 전 들른 대형서점에서 흥미롭게 봤었다. 물론 ‘읽는 독서’에서 ‘듣는 독서’로 독서의 패턴이 달라지든,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한 공급방식의 다변화든, 관건은 책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고 의지다. 출판업이 아무리 열악해도 불서는 꾸준히 나온다. 기사를 쓰다 보면 훌륭한 책들도 참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된다. ‘불서는 곧 부처님’이라는 믿음이 서점 가에 다시 퍼지길 바란다.

[불교신문3474호/2019년3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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