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대자비행의 문으로써 일체 중생을 평등하게 교화시키기를 끊이지 않노라. 

- <대방광불화엄경> ‘입법계품’ 중에서

누가 보살은 원래 타고나는 것이냐고 물었다. ‘나’란 생각이 없는데, 보살이 어디 있고 중생이 어디 있느냐고 힐문하였다. 한편 맞는 말이면서, 한편 틀린 말이다. 보살은 원력으로 태어나고 중생은 욕망 속에 태어나는 법이었으니. 그래서 나는 시(詩)로 기도한다. 인생이 불쌍해서 눈물을 흘린다. 

욕심과 욕심마다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고요/ 번뇌와 번뇌마다 인자한 눈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욕심이 천으로 늘어/ 천 개의 손이 필요하고요/ 하나의 번뇌가 천으로 늘어/ 천 개의 눈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만약에 말입니다/ 팔이 하나만 있어도 다 안을 수 있다고 하시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하렵니다/ 그래도 만약에 말입니다/ 눈이 하나만 있어도 모든 번뇌 다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흘릴 눈물 다 흘리렵니다// 그 누군가를 위해/ 정말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이 필요한데요/ 이미 내게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말씀하시면 말입니다/ 진정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말입니다/ 아, 사바에 무슨 소원이 또 남아 있어/ 미소 짓지 못하겠습니까.

[불교신문3472호/2019년3월20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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