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선인 강제징용 2세 배동록 씨

민추본에서 주최한 '일제 강제징용 역사문화 순례'에서 만난 조선인 강제징용 2세 배동록 씨의 모습. 배 씨는 "민족 수난사를 잊지 말고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불교계에서도 힘을 보태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일제에 강제징용 돼 고통 받으며 세상을 떠난 부모님들의 이야기와 여전히 핍박 받고 있는 재일동포의 현실을 영화로 만드는 게 죽기 전 꿈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계속 기억되지 않을까요?”

조선인 강제징용 2세 배동록 씨는 “참혹한 민족의 수난사가 잊히지 않길 바란다”면서 이와 같이 밝혔다. 배 씨는 지난 10일부터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에서 주최한 ‘일제 강제징용 역사문화 순례’ 모든 일정에 동행하며 당시 끔찍했던 조선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알려줬다.

사실 그는 일제 강제동원 역사 현장을 찾는 이들에게 유명 인사다. 언제든지 찾는 사람들이 있으면 찾아가 민족의 처절한 피해를 알리고 역사를 바로잡는데 앞장서고 있다. 77세의 고령의 나이임에도 지친 기색을 살펴볼 수 없었다. 배 씨를 이토록 열정적이게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그의 어머니다. 그는 “어머니께서 늘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지 않고 묻어버리면, 또 다시 역사는 반복된다’고 강조하셨다”며 “어머니가 하셨던 것처럼 역사의 증언자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인 강제징용 2세 배동록 씨는 야하타 제철소 근처에서 태어났다. 배 씨는 어머니의 제철소 출입증을 항상 지니고 다니며 핍박받은 민족 수난사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배 씨는 일제 강제징용의 대표적인 곳인 야하타 제철소 근처에서 태어났다. “일제에 의해 야하타 제철소로 강제 징용된 아버지를 찾아 어머니는 1942년 어린 아기 4명을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왔어요. 이듬해 저를 낳으셨죠. 어머니는 저를 낳자마자 몸도 추스르지 못하고 야하타 제철소에 강제동원 돼 하루 10~12시간 씩 철광석을 나르는 중노동을 했습니다.”

특히 배 씨는 “조선인의 한과 고통이 서려있는 야하타 제철소를 일본은 근대 산업화의 유물이라며 자랑하고 세계 문화유산에도 등재했다”고 꼬집으며 “조선인들이 이곳에서 어떤 차별과 멸시 고통을 겪었는지 안내판에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씨는 본인은 물론 자녀와 손자들 모두 조선학교에 보내 민족 정체성과 우리말과 글을 지키며 살고 있다. 그러나 고국에 대한 그리움까지 지울 순 없다. 배 씨의 가족은 광복 후에 고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하루 이틀 귀국을 미루게 됐고, 그것이 벌써 75년이 넘게 흘렀다. 배 씨는 “일본에 의해 강제로 끌려왔다 어쩔 수 없이 못 돌아간 우리 같은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일본에 돈 벌러 간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싫다”고 토로했다.

조선인 강제징용 2세 배동록 씨가 보여준 그의 가족 사진. 광복 이후 고국에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찍은 사진이라고 말했다. 앞 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배동록 씨이다.

일본 내에서도 재일동포라는 신분으로 차별 받고 있지만, 다양한 활동으로 아픔을 승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1995년부터 어머니와 함께 기타큐슈 시 초·중·고교를 돌아다니며 일본 청소년에게 올바른 역사에 대해 강연하는 일이 눈길을 끈다. 어머니가 2004년 세상을 떠난 뒤에는 누나와 함께 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1000회 강연기록을 세웠으며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인터뷰 동안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명확했다. 민족 수난사를 잊지 말고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불교계에서도 힘을 보태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배 씨는 “내가 죽으면 이 치욕의 역사도 묻힐까 두렵다”며 “평화를 발원하는 한국의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이 일본에 강제로 끌려갔던 우리 민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작은 관심이라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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