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를 가출로 바꿔 부르던 ‘아재 개그’가 한 때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치한 일이지만, 출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나타내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출가로 한역한 인도 말 ‘pravrajy’를 서구에서는 ‘위대한 포기’로 번역한다. 현실이라는 허상을 버리고 더 나은 것을 위한 숭고한 선택, 그것이 바로 출가라는 의미다. 실제로 태자는 출가한 뒤 자신의 보검으로 머리칼을 자른 뒤 ‘나는 최고의 승리자(最勝)가 되리라’라고 외쳤다.

출가는 태자가 왕궁 생활에서 수행자로 내딛는 첫걸음이다. 붓다는 요즘으로 치면 다이아몬드 수저를 입에 물고 나오신 분이다. 그런데 이것을 버리고 출가한다는 것은 세속적인 권력과 재산으로는 인간의 행복이 완성될 수 없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출가 당시 붓다에게는 이후의 깨달음에 대한 기약이 존재하지 않았다. 즉 거기에는 현실의 직시를 통한 선택과 실천만 있을 뿐, 결과가 예비된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 점이 바로 붓다의 출가를 ‘가장 위대한 시작’이라 이르는 이유다. 자신에게 주어진 최상의 가치를 과감히 버린 행복과 자비의 길이 출가로부터 시작되었다. 

동아시아 불교가 출가를 탄생·성도·열반과 함께 불교의 4대 명절로 편입시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출가가 4대 명절에 들어가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다. 많은 문헌과 경전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는 출가가 4대 명절에 ‘당연히’ 포함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출가를 둘러싼 많은 논의가 있었음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인도불교의 4대 성지에는 출가가 아닌 첫 설법 즉 초전법륜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붓다 당시 인도는 4진법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붓다의 생애 및 불교와 관련된 부분들은 모두 4와 4배수로 집약된다. 예컨대 부처님께서는 4월8일에 탄생하시어 4성제·8정도와 12연기설을 주축으로 하는 8만 4천 법장의 12부경을 80세까지 설하시다가 열반하신다는 점 등이다.

인도의 불교 유적지는 붓다의 생애와 관련된 4대 성지(탄생·성도·설법·열반)와 부처님께서 최고의 신통을 보이신 4곳(사위성·왕사성·곡녀성·바이샬리)이 더해진 4+4의 구조로 되어있다. 즉 여기에 출가 장소는 없다. 만일 인도불교가 4라는 숫자에 구애받지 않았다면, 출가와 첫 설법이 모두 들어간 5대 성지도 가능했을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부처님 생애를 편찬한 <팔상록>이나 ‘팔상도’를 보면, 두 가지가 모두 존재하는 것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그러나 인도불교에서는 4에 맞추다 보니, 출가와 첫 설법 중 어떤 것을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이는 불상의 시원지인 간다라에서 부처님 생애를 조각한 <불전도佛傳圖>를 통해서 파악해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첫 설법만큼은 아니지만, 출가 역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인도불교에서는 첫 설법이 대세를 점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출가절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부처님의 출가 정신이야말로 가장 소중하고 결단력 있는 실천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불교는 출가자 수 감소로 깊은 고민에 잠겨 있다.  출가를 4대 명절로 선택한 한국불교의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출가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중시하는 한국불교 전통을 잇는 오늘날의 우리는 출가는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자유의 길임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불교신문3470호/2019년3월13일자]

자현스님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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