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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쟁위원회, 신뢰도 회복하는 게 ‘선결과제’5기 화쟁위원회, 향후 나아갈 방향은?
종단과 우리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호성스님) 5기가 닻을 올렸다. 폭력이 아닌 ‘화쟁’이라는 불교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화쟁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아진다. 사진은 지난 2월20일 5기 화쟁위원회 위촉식 이후 열린 34차 전체회의 모습.

이전과 다른 참신한 위원 구성
종단 내부 문제 해결 의지 ‘긍정’
인력·예산 부족, 기술 향상 ‘과제’
“한쪽 편이란 선입견 해소해야”

종단과 우리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호성스님) 5기가 닻을 올렸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지난 2월2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접견실에서 새 위원 23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5기 화쟁위원회는 종령 개정을 통해 상임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신설했다. 분기별 1회 진행하는 전체회의 이외에도 상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게 특징이다. 적극적으로 사회 갈등 현안 중재와 화쟁사상 확산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8년간 화쟁위원회는 폭력이 아닌 ‘화쟁’이라는 불교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한진중공업, 쌍용차, 철도노조의 노사 갈등 등 반목을 거듭했던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2015년 겨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조계사 피신 사태에선 노동계가 먼저 화쟁위원회에 “정부와 중재에 나서줄 것”을 요청하는 등 높아진 위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히 드러났다. 지난해 화쟁위원회가 개최한 ‘8년의 발자취’ 토론회에서 교계 안팎 전문가들은 사회 내 낮은 인지도와 종단 내부 문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지적했다. 갈등해결을 위한 전문적 기술 부족도 꼬집은 바 있다.

이와 같은 지적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제5기 화쟁위원회는 위원 구성부터 새롭게 단정한 모습이다. 과거 총무원 집행부와 결이 다른 활동을 했던 법인스님(대흥사 수련원장)이나 금강스님(미황사 주지) 등이 합류했다. 그간 교계 안팎에서 꾸준히 지적된 ‘집행부 중심 위원들의 종단을 위한 중재’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또한 언론, 여성, 노동 등 각 분야에서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이들이 다수 포함된 것도 희소식이다. 5기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황도근 상지대 교수는 “어느 때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위원들로 구성된 화쟁위원회가 합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종단 안팎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그간 다루지 못한 부분까지 치유하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종단 내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계획도 희망적이다. 총무원장 원행스님도 5기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전달하며 “이제 종단 내부 문제도 다뤄야 한다”고 당부했다는 전언이다. 선학원 탈종, 동국대학교 총장선출을 둘러싼 내홍 등 다소 묵직한 사건을 다뤘던 과거와는 달리 교구, 사찰, 신도 단위에서 일어나는 갈등부터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백년대계본부 사무국장 원묵스님은 “사찰과 사찰, 사찰과 마을, 스님과 신도 등 일선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갈등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이라며 “각 교구본사를 돌아다니며 종단 갈등 전환을 위한 화쟁위원회의 사업을 홍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구가 일선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게 이번 사업의 골자”라며 “당장 성과를 낼 순 없겠지만, 올해 2~3개 교구라도 시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과제는 존재한다. 화쟁위원들의 갈등 중재 및 해결 기술 능력에 물음표가 붙는다. 갈등 해결 전문가를 초청, 정기적 워크숍을 통해 역량강화를 꾀하겠다는 생각이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만큼 성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지난해보다 삭감된 예산과 현재 1명 뿐 인 전담 직원도 화쟁위원회 눈앞에 놓인 많은 숙제들을 풀어내기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화쟁위원회 전담직원 확충 계획은 없다고 한다.

희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화쟁위원회의 선결과제는 ‘신뢰도 향상’이라는 데 대다수 의견이 모아진다. 1기부터 3기까지 화쟁위원으로 함께한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는 “화쟁위원회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스님 편’ 또는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선입견이 남아있다”며 “이런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화쟁위원회가 역할을 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파벌과 주변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새롭게 시작하는 화쟁위원회가 치우지지 않은 공정한 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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