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법요식 수계의식 바탕
“감사하다” “고맙습니다”…
수줍게 웃으며 나서는 신병

신병교육대대가 있는 군법당은 거의 매달 1~2회의 훈련병 수계식이 진행된다. 얼마 전, 2사단 신교대 법당인 ‘사명정사’에서도 올해 첫 수계식을 봉행했다. 이번 수계식의 주인공은 올해 1월에 입대한 새해 첫 기수, 19-1기라는 머리말과 꼬리말을 입소식부터 수료식까지 끊임없이 들었던, 아직 채 영글지 못한 신병들이다.

수계식은 법당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국군법요집의 수계의식을 바탕으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가장 기본적인 다섯 가지 오계를 잘 지키겠노라 다짐하며, 자발적 참회와 발원을 세우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자의 반 타의 반, 호기심과 기대 반으로, 동참한 수계법회는 젊은 청년들에게 앞으로의 군복무 동안은 물론이거니와 전역 이후의 삶에까지 올바른 이정표가 되고, 훌륭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한 군 법회 가운데 하나이다.

이처럼 매 기수마다 수계식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기해년의 ‘첫’ 수계식이라는 마음 때문인지, 인례사이자 수계 법사로서 수계자를 바라봄에 사심이 담긴다.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단어는 여러 추억과 사정으로 오랫동안 잊지 못할 뿐 만 아니라, 현재의 삶을 더욱 열심히 살게 하곤 한다.

나 역시도 잊지 못할 ‘처음’이 있었다. 맑게 미소 짓던 노스님을 보면서 저 어른처럼 살면 좋겠다는 어린 마음으로 출가를 처음 결심했을 때다. 삭발을 한 내 머리를 처음으로 쓰다듬으며 ‘출가자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때, 처음으로 계를 받고 만의(衣) 가사를 수할 때였다. 지난 처음의 기억들이 떠올라, 수계식을 마치고, 수계자를 환송하는 순간까지도 초발심과 재발심으로 쉼 없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수계식을 마치고 나오며, 문득 몇 해 전에 만났던 신병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이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수계를 마치고 법당을 나서는데, 배시시 웃으며 다가와서는 ‘그동안 법회 때마다 감사했습니다. 좋았습니다’라고 수줍게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태어나 처음으로 스님을 보았다며, 내가 자신에게는 ‘첫’ 스님이라는 말을 꺼냈다. 그 이야기에 ‘수계 받은 날에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면서, 한국에 살면서 소풍이나 여행으로 유명한 절에 최소 한번은 갔을 텐데, 어떻게 스님을 처음 보느냐고 물으니, 절에는 간 적 있지만 단 한 번도 스님은 뵐 기회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문득 불교에 인연이 없이 살아온 젊은 청년이라면, 실제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돌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그 아이에게 법당에서 생전 ‘처음’으로 만난 스님으로서 불교의 ‘첫 인연’이 되어있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매주 반복되는 법회라며 안일하고 나태하게 준비해왔던 모습들이 떠올라, 내 마음은 마치 불에 달군 솥뚜껑을 모르고 잡은 사람처럼 소스라치게 부끄럽고, 후회스러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내가 ‘처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그때 이후, 장병들을 만날 때 또는 우연히 스쳐 지나칠 때라도 잊지 않는 것이 있다. 나를 보거나, 만나거나, 함께 복무한 모든 장병들에게, 출가자로서 부끄럽지 않고 후회되지 않는 ‘처음’ 인연이 되어주고자 다짐하는 것이다. 항상 머리끝부터 발끝, 겉모습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가지런하게 잘 살펴서, 그때 그 신병처럼 ‘나’를 통해, 처음으로 스님을 접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과 좋은 인연 맺어주고자 서원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군포교 통해 더욱 성숙해지고, 원만하게 다듬어져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앞으로도 군대에서 생전 ‘처음’ 만난, 법사스님과의 귀중한 인연으로, 불자 장병 양성에 좋은 마중물이 되는 날까지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하며, ‘불법승 삼보에 귀의합니다. 함께하는 모든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불법 바르게 전법하겠습니다’. 불연이 시작되는 곳, 여기는 군포교 현장입니다. 

 [불교신문3469호/2019년3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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