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불공을 한참 하고 있는데 엄마와 꼬마가 같이 와서 부처님을 참배했다. ‘마지’ 올릴 시간이 되어 불기(佛器) 뚜껑을 여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이 소복하게 드러났다. 꼬마가 엄마한테 묻는 소리가 소곤소곤 들려왔다. 

“엄마, 저거 뭐 하는 거야?” “쉿, 부처님께 밥 드세요 하는 거란다.” 조금 있더니 “엄마, 근데 부처님은 왜 맨밥만 먹어? 반찬은 안 먹어?” “··· ···?!” 조용한 걸 보니 엄마가 대답을 찾지 못한 것 같았다. 기도를 이어가면서 그 꼬마가 재밌기도 하고 기특했다.

행자시절, 공양간에서 막 지은 마지를 부처님께 올리는 일은 참으로 신심 나는 일이었다. 삼배를 드리며 “부처님, 많이 드세요”라고 하면 왠지 흐뭇해하시는 것 같았다. 몹시도 피곤하던 어느 날, 문득 “삼계의 대도사이신 부처님께서 꼭 이렇게 밥을 드셔야 되나? 그것도 반찬도 없이 맨밥을···. 다기 물에 말아서 드시나?” 하는 짓궂은 생각이 들었다. 

전에 미얀마 순례를 갔을 때다. 아난다 사원을 참배하고 조용히 앉아 좌선을 하고 있는데, 불자 한 분이 쟁반에 무엇을 이고 들어와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 무심코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거기에는 조그만 그릇에 밥과 몇 가지 반찬, 그리고 수저 등이 놓여 있었다. 진정 부처님을 배려한 인간적인 공양 모습에 코끝이 찡한 적이 있었다. 

이제 몇 십 년을 절에서 살다보니 부처님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부처님께서 맨밥 준다고, 혹은 생식하시라며 생쌀을 드려도, 그것도 아니면 아예 굶겨도 야단치실 일은 없다. 그저 중생들이 그렇게라도 해서 마음이 편하고, 공동체가 안정이 되며, 소원까지 이루어진다면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실 뿐이다. 부처님께서 밥을 달라 하지 않으셨지만 공양을 올리는 것은, 공덕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마치 대지가 농부에게 농사를 지어달라고 하지 않았지만 농부가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 곡식을 수확하는 것과 같다. 지극한 마음으로 올리는 공양, 그것이 진정한 공양이다.

[불교신문3469호/2019년3월6일자]

동은스님 삼척 천은사 주지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