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님의 왕복서 강설

무비스님 지음 
담앤북스

무비스님 지음 담앤북스

무비스님은 우리 시대의 대강백(大講伯)이다. 지난해 경전의 왕(王)이라 불리는 <화엄경> 81권을 완역해내며 현대불교사에 눈부신 개가를 올렸다. <화엄경>은 두께도 두께거니와 부처님 설법의 요체를 새겨 넣었다고 평가받는 경전이다. 그만큼 화엄경을 공부한다는 것은 불교의 근본을 익히고 깨닫는 일이다. 사람들에게 불교라는 지복(至福)을 선물하려는 무비스님의 도전과 정진은 멈추지 않는다. <대방광불화엄경> 완간에 이어 <무비스님이 풀어 쓴 김시습의 법성게 선해(禪解)>를 펴내 화엄경의 본뜻을 축약한 법성게(法性偈)를 우리말로 풀어냈다. <무비스님의 대방광불화엄경 사경>은 현재 7세트까지 출간돼 전체 81권까지 마지막 한 세트만 남겨뒀다. 이번엔 발간된 <무비스님의 왕복서 강설> 역시 불자들의 화엄경 공부를 돕기 위한 또 하나의 알찬 교재다.

열정적인 저술과 강의로 대강백(大講伯)의 모범을 보여주는 무비스님이 또 하나의 열매를 맺었다. 사진제공 담앤북스

<화엄경>을 채운 전체 글자 수는 10조(兆)를 헤아린다고 전한다. 예로부터 압도적인 분량의 화엄경을 축약한 세 가지 글이 전한다. 전편을 간추린 <화엄경 약찬게>, 화엄경의 이치를 30게송 210자로 설명한 <법성게> 그리고 772자로 줄인 <왕복서>다. 곧 <왕복서(往復序)>는 화엄경을 풀이한 짧은 글이라 하겠다. 화엄경을 깊이 연구한 중국 화엄종의 제4조 청량징관(淸凉澄觀)의 저서다. 화엄학 천태학 선(禪)에 정통했던 그는 화엄경에 대한 주석서인 <대방광불화엄경소(大方廣佛華嚴經疏)>를 썼는데, 화엄경의 심오한 이치를 머리말에 요약하기도 했다. <왕복서>는 대방광불화엄경소(疏)의 서문인 셈이다. 서문의 첫 구절이 ‘왕복(往復)이 무제(無際)나’로 시작하기에 흔히 왕복서(往復序)란 이름으로 통용된다.

청량징관의 <화엄경> 주석
우리말로 쉽게 풀이
‘모든 사람이 부처님’
인불사상 새삼 ‘확인’

하지만 방대한 화엄경을 압축하고 압축한 글이어서 언뜻 읽어서는 의미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최고의 학승으로 공인된 무비스님이 결행했다. 청량국사의 대방광불화엄경 소서(疏序) 강설집이 출판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무비스님이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간의 특징은 ‘구체성’과 ‘친절함’이다. 무비스님은 왕복서를 10문(門)으로 나누어서 각각을 해석하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화엄경의 구절구절을 끌어와서 함께 풀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한편 청량국사는 화엄경에서 강조하여 밝히는 법계연기(法界緣起)의 특징적인 모습을 열 가지로 나눈 십현문(十玄門)을 이 서문에서 특별히 비유를 들어가며 설했다. 무비스님의 강론 또한 청량국사를 보는 것처럼 차근차근 세밀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대이광겸무제大以曠兼無際)하고 방이정법자지(方以正法自持)하고 광즉칭체이주(廣則稱體而周)하고…대(大)는 드넓고 끝없음이요, 방(方)은 정법으로써 자성을 지녔음이요, 광(廣)은 체에 합하여 두루 함이다. <강설>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라는 일곱 글자의 제목을 간략하게 해석하였다. 대(大)는 ‘크다, 위대하다, 넓다, 두루 하다’라고 하는데 무엇이 그렇게 큰가. 깨달음의 눈을 뜨고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에서부터 모래알과 돌과 흙과 나무와 물 한 방울과 바람 한 줄기와 사람을 위시한 온갖 생명체와 지구와 달과 태양과 별과 저 드넓은 허공에 이르기까지 삼라만상 온갖 만유가 모두 다 크고 위대하고 넓고 두루 하다는 뜻이다. 먼지와 모래와 돌과 흙 따위가 어째서 그렇게 큰가. 먼지와 모래와 돌과 흙 하나하나에도 이 지구 45억 년의 기록이 다 담겨 있기 때문이다(110~111페이지).”

무비스님은 현존하는 경학(經學)의 최고봉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1958년 출가해 통도사 강주, 범어사 강주,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동국역경원장, 동화사 한문불전승가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 5월에는 수행력과 지도력을 갖춘 승랍 40년 이상 되는 스님에게 품서되는 대종사 법계를 받았다. 그래서 펴내는 저작마다 정통성과 신뢰성이 충분하다. 현재 부산 문수선원 문수경전연구회에서 150여 명의 스님과 300여 명의 재가 신도들에게 화엄경을 강의 중이다. 이번 책에서도 ‘모든 사람을 부처님으로 받들어 섬김으로써 이 땅에 평화와 행복을 가져오게 한다’는 인불사상(人佛思想)의 숙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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