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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밝게 빛난 ‘은빛’… “나부터 평화 실천하겠다”‘한반도 평화 위한 은빛순례단’ 회향…매듭마당 개최
  • 이성진 기자 사진=김형주 기자
  • 승인 2019.03.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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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에게 평화를 선물하기 위해 1년간 떠난 '은빛순례단'이 매듭마당을 갖고 회향했다. 사진은 매듭마당에 앞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며 서울 조계사에서 진행된 타종식에 참여한 은빛순례단 모습.

1년간 전국 108곳 현장순례 진행
“순례 통해 문제해결 실마리 보여”

“나부터 평화 실천하고 가꾸겠다”
은빛순례단 일동 다짐하며 마무리

“이 땅의 평화를 실현하고 꽃 피우는 주체는 바로 우리들 자신입니다. 내가 먼저 평화가 돼 일상의 삶에서 그리고 나의 삶터에서부터 평화를 실천하고 가꾸어 갈 것을 다짐합니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며 전국 1만5500여 사찰에서 33번의 타종이 진행된 오늘(3월1일).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희망과 평화의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해 1년간 길을 떠났던 은빛세대들의 발걸음도 힘찬 종소리와 함께 마무리됐다.

종교와 이념을 넘어 60세 이상의 어른들로 구성된 ‘한반도 평화 만들기 은빛순례단’은 이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순례를 정리하는 ‘매듭마당’을 열었다. 이날 매듭마당에는 조계종 화쟁위원 도법스님,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이삼열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등 순례에 뜻을 함께한 300여 명이 자리를 메웠다.

미래세대에게 평화를 선물하기 위해 1년간 떠난 '은빛순례단'이 매듭마당을 갖고 회향했다. 사진은 매듭마당에 앞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며 서울 조계사에서 진행된 타종식에 참여한 은빛순례단 도법스님(오른쪽)을 비롯한 단원들이 타종을 하는 모습.

은빛순례단 시작은 이 땅에서 참혹한 전쟁과 눈부신 경제번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60세 이상 어른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자성에서 비롯됐다. 그렇게 뜻을 모은 은빛들은 지난해 3월1일, 3.1독립운동 당시 학생 대표들의 모임장소였던 서울 승동교회에서 첫 발걸음을 뗐다. 이후 1년간 전국 108곳을 직접 발로 찾아 나섰다.

국립 현충원, 5·18국립묘지, 4.3제주항쟁 기념관, 민통선 접경지역 두타연 등 역사 유적지와 갈등의 한이 담긴 곳을 방문했다. 지난해 11월22일 백령도를 마지막으로 ‘현장 순례’를 마친 순례단은 이밖에도 주요기관에 방문해 단체장을 만나 평화의 의미를 전달하는 경청순례와 연찬모임 강연, 문화행사, 명상기도회 등을 펼쳐왔다. 그렇게 1년간 순례의 의미에 동참한 60세 이상의 ‘은빛 회원’과 60세 이하의 ‘금빛 회원’은 총 1567명에 달한다.

조계종 화쟁위원 도법스님은 은빛순례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1년 간 순례를 통해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우리 안이 갈등이 ‘이렇게 하면 풀릴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이날 매듭마당에선 그간 어려운 상황에도 순례를 이끌어온 이들의 소감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화쟁위원 도법스님은 “1년 전 처음 시작할 때와 마무리하는 오늘까지 여전히 과제는 과제로 남아있다”며 “다만 1년 간 순례를 통해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우리 안이 갈등이 ‘이렇게 하면 풀릴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와 다른 입장, 자신이 속한 집단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집단과 만나서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우리 안의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며 “함께 살자는 마음으로 서로 손을 내밀어 오해와 불신 극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1년 간 은빛순례에 함께한 이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은빛 여성노래단 ‘여고시절’의 합창을 비롯해 평화의 노래와 연주는 매듭마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박두규 시인은 100년 전 그날의 의미가 담긴 ‘3.1의 세상’이라는 시를 낭송하며 참가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매듭마당에 함께한 이들의 소감은 한결 같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발걸음은 오늘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은빛순례단은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해 스스로 먼저 평화를 실천하고 가꿔 가겠다”는 호소문을 낭독하며 다시 발걸음을 나설 채비를 마쳤다.

 

1년간 은빛순례에 함께한 강정채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경쟁에서 이기라고 가르쳤는데…미안하죠”

인터뷰/ 1년간 은빛순례에 함께한 강정채 전남대 명예교수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미안하죠. 남을 짓밟더라도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가르친 것 같아요. 갈등이 만연한 지금 우리 사회를 나 같은 늙은 사람이 만든 것 같아서 창피하고 미안해요.”

1년간 은빛순례단원으로 함께한 강정채(73) 전남대학교 명예교수는 순례를 시작한 계기를 묻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미안해서”라고 답했다. 전남대 총장 소임까지 맡으며 후학 양성에 매진했던 그는 “1등이 되라고 가르쳤던 것이 마음 한 편에 항상 후회로 남아 있었다”며 “미래세대에게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주자는 ‘은빛순례’를 알게 됐고,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게 1년간 순례는 배움의 연속이었다. 108곳에 달하는 현장순례 뿐만 아니라 마을사람들과 ‘연찬회’를 통해 그는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년은 평화의 의미를 가슴 속에 담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좌우 이념 갈등이 표출된 여순사건이나, 5.18민주화 운동 등을 직접 겪었어요. 그래서 그간 나만 아프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1년 간 순례를 다녀보니 나보다 더 아픈 이들이 곳곳마다 있었어요. 아픔의 무게는 다 같았던 셈이죠.”

내과 의사였던 그는 현재 우리 사회를 신체가 찢어진 상황에 비유했다. “우리 몸에 일부가 찢어지면 통증이 생기죠. 우리 사회도 지금 단절돼 있어서 아픈 거예요.”

궁극적인 해결방법은 ‘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쟁에서 이겨 우쭐되는 사람이나 져서 분노하는 사람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대화”라며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장이 자주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결국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모든 사람이 평화를 누리는 세상”이라며 “그러나 서로 경쟁하거나 이기겠다는 생각으론 바라는 세상이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화해와 평화의 씨앗을 뿌린 은빛순례를 지역적으로 활발하게 펼쳐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크게 하려고 하면 모이기도 힘들고 어렵잖아요. 우리 마을에서, 아니면 우리 지역에서 작게라도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성진 기자

이성진 기자 사진=김형주 기자  sj0478@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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