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29개 종단 스님들이 진관사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다.

종단협 소속 조계종 등 29개 종단
‘평화 번영위한 불교계 선언문’ 발표
전국 1만5500여 사찰서 일제 타종
전시회, 체험부스 등 불교 행사 다채

“대한독립만세.” 평화와 자주를 부르짖던 100년 전 함성이 전국 사찰에 울려퍼졌다.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을 비롯한 29개 종단은 "삼일정신의 씨앗을 이어받아 미래 백년의 열매를 맺겠다"고 선언했다. 부처님 말씀에 따라 화해와 용서로 평화 100년을 열고 용성스님과 만해스님을 비롯한 민족대표 33인 숭고한 정신을 살려 한반도 모두가 공존하고 번영하는 평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담대한 다짐이었다.

3.1운동 100년을 맞은 오늘(3월1일) 순국선열을 기리고 민족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불교계 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포문은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열었다. 조계종을 비롯한 천태종, 진각종 등 29개 종단은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 법회’를 공동 개최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부처님 전에 ‘평화와 번영을 위한 불교계 선언문’을 올리기 앞서 오늘의 한반도가 평화의 땅임을, 부처님 제자들 또한 평화의 개척자임을 선언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독립선언문 첫 문장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한반도가 평화국임과 개개인이 평화인임을 선언하노라’를 되새기며 “오등(吾等)의 정신은 나와 남을 구분하는 배타적인 우리가 아니라 너와 나를 포함하는 온 민족의 우리로서 종교와 이념을 가리지 않았고 남녀노소를 구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삼일운동은 분노는 분노로써 풀리지 않는다는 부처님 말씀에 따라 화해와 용서로 승화시켜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난 상생의 희망을 보여줬다”며 “호국호민 전통을 이어받아 백성과 동고동락하고 조국 독립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포기 하지 않은 33인 이하 조선만민의 숭고한 독립자주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자 실천 강령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선언문'을 낭독하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3월1일 조계사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법회'를 열었다.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 스님들.

불교계가 평화 번영을 위한 길을 열고자 세운 실천 강령은 네 가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대립과 반목이 아닌 합심과 화합으로 평화실현을 위한 대통합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 △좌우, 상하, 남북, 동서라는 양 극단의 주장이 대립하면 중도와 화쟁의 사상으로 포용할 것 △자비와 평화를 가장 중요한 기치로 삼아 일체 무력과 폭력을 삼갈 것 △한반도 평화정착과 조국통일에 함께 할 것 등이다.

이 같은 선언에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스님은 “제방의 불자들이 한마음으로 3.1운동 정신을 되새기고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며 숭고한 애민애족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자”며 “3.1운동 정신이야 말로 대자대비와 자비광명의 정토를 열어가는 불교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스님들은 이날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서'와 만해스님이 쓴 '공약 3장'을 가슴에 새겼다. 추모 묵념으로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리고 용성스님이 작사한 '온 겨레의 노래'를 들으며 온 몸으로 저항했던 선열들의 시대 정신을 기억했다. 법회 후에는 함께 진관사 태극기(등록문화재 제458호)를 들고 만세삼창을 외치며 100년 전 함성을 되살렸다. 총무원장 스님과 종단 대표들이 손에 든 진관사 태극기는 이날 총무원장 스님이 참석한 3·1절 100주년 기념식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손에 들고 입장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가운데 정오에는 전국 1만5500사찰에서 33번의 타종이 진행됐다. 33번의 타종은 민족대표 33인을 추모하고 관세음보살이 3만3000세계에 나투어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로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오직 조국의 광복을 꿈꾸며 자신을 희생했던 수많은 독립 운동가를 기리고 숭고한 정신을 애도하는 종소리가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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