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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머문 그 곳] <55> 파주 임진각·보광사“총탄 자욱만 1020여발…철마는 달리고 싶다”
등록문화재 78호로 지정된 장단역 증기 기관차. 이른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로 유명한 기관차다. 낡은 철마에서 새로운 희망의 기운이 느껴지는 건 사진기자의 기분 탓일까.

사진 욕심에 동트기 전 운전대를 잡았다. 잠이 덜 깬 것일까? 앞 차들 후미등에 이끌려 강변북로를 달린다. 달리면서도 앞 차 꽁무니만 좇기 급급하다. 시간이 지나니 어둠이 서서히 물러난다. 주변 윤곽들의 실제모습이 보이고 시야도 넓어진다. 이렇게 달려 도착한 곳은 파주 임진각이다. 임진각을 안가본 사람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만큼 민족분단의 상징이다. 이곳이 변하고 있다. 이제는 화해와 상생 그리고 평화와 통일에 대한 모색의 공간으로 탈바뀜하고 있다. 최근 방문객 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구호로 유명한 경의선 장단역 증기 기관차(등록문화재 제78호). 이 철마를 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며 2월12일 여기까지 왔다. 이 기관차는 한국전쟁 중 연합군 군수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개성에서 출발해 평양으로 향했다. 가던 도중 황해도 평산군 한포역에서 중공군에 밀려 장단역으로 후퇴하였다. 연합군은 북한군에 이용될 것을 우려해 열차를 폭파하면서 이 화통만 남게 되었다. 반세기 넘게 비무장지대 장단역 근처에 붉게 녹슨 채 방치되어 있었다. 

언제나 온전히 깨어 있으라는 가르침을 말없이 전하는 파주 보광사 목어.

그러던 중 남북분단의 상징물로 인정되어 2004년 등록문화재가 되었고,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임진각으로 옮겨왔다. 이 기관차에는 1020여발의 총탄 자국과 휘어진 바퀴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른 시간 임진각에 도착해 기관차 앞에 서니, 주변은 적당히 어둡고 근처에 오가는 이들도 없다. 구상했던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긴 어둠을 지나 새벽녘 받으며 힘차게 달릴 것 같은 희망의 기운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카메라를 고정하고 기관차 곳곳에 조명을 비춘다. 

촬영을 마치고 나니, 기관차 바로 옆 철조망 너머로 무장한 우리 측 초병들이 지나간다. 지금도 분단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 기관차는 말이 없건만, 우리 안에서는 오랫동안 서로 다른 결을 가지고 진영의 논리를 만들기도 했다. 안보견학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이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근래에는 희망을 이야기하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광사에는 조선 영조의 사모곡도 깃들어 있다. 영조가 생모 숙빈 최씨를 위해 조성한 어실각과 수령이 300년 넘은 향나무.

이어서 발길을 옮긴 곳은 같은 파주지역의 보광사다. 이곳에는 남한 내 이념갈등으로 인한 상흔이 있다. 보광사에는 1998년 비전향장기수 금재성 씨의 유해를 안장한 것을 시작으로 비전향장기수 공동묘역이 마련되어 있었다. 오갈 곳 없는 비전향장기수들의 유해가 북한과도 가깝고 양지바른 이곳에서 편히 쉬라는 사찰의 배려였다. 하지만 지난 2005년 보수단체 회원들이 보광사에 조성된 비전향장기수들 묘비 모두를 쇠망치 등으로 부순 뒤 비석 잔해에 페인트를 뿌린 일이 발생했다. 결국 비전향장기수들의 모임에서 훼손된 유해를 수습해 다른 곳으로 옮겼으며, 보광사 내 비석 잔해 등도 모두 정리됐다.

부처님 법을 더 배우고 잘 따르고 싶어 율학을 익혔고 지금까지고 큰절에서 대중생활을 하는 어느 원로 스님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남을 아프게 하지 마세요.” 남에게 아픔을 주면 나의 마음도 편치 않고 되돌리기는 더더욱 어렵다.

깊은 상처는 아물 수 있어도 흔적은 반드시 남는다. 하지만 누군가를 용서하고 손을 내미는 것은 꼭 상대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함에 있어 반드시 거쳐야 되는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누구도 강요할 수는 없다. 더구나 총부리를 직접 겨누거나 그 고통스러운 현장을 겪었던 이들에게.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을 보듬어야 하는 이유다. 

대웅보전 외벽에 그려진 반야용선. 피안의 세계로 인도하는 배에 남과북 모두가 함께하기를 기원해 본다.

일반적으로 목어는 법고, 운판, 범종과 함께 사물(四物)로 불리며 범종루에 함께 걸어두어 예불이나 의식의 시간을 알리는데 사용된다. 보광사는 독특하게 대웅보전 맞은편 만세루에 멋진 목어가 걸려있다. 

사찰에서는 물고기는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은 물론 일체의 제약에서 벗어난 해탈의 경지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사찰 곳곳에 물고기 형상이 많은 것은 잠잘 때도 심지어 죽어서도 눈을 감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항상 깨어 있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랜 냉전의 남북관계에서 이제 막 봄물이 터져 나오려 한다. 온전히 깨어나 우리 모두에게 상생과 평화의 내일을 준비할 때다. 

보광사 전경.

[불교신문3466호/2019년2월27일자]

파주=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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