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길 닿아 반질대던 장독대
우주를 앉힌 깊 푸른 항아리 속에
배냇적 그 품 그리움
고즈넉이 고였네

밤새운 시름이 하얀 박꽃으로 피어나서
부르면 청량한 울음 웅숭깊은 시간 읽는
울음 넋, 텅 비어 맑은
샛별 하나 밝게 돋네

-진순분 시 ‘빈 항아리’에서


장독대 항아리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 아래위가 좁고 배가 둥그렇게 부른 항아리에는, 어머니의 품 같은 항아리에는 우주가 담긴다. 어머니의 항아리 가슴속에는 시름도 울음도 가득했지만, 어머니는 그것을 다 비우고 텅 빈 하늘을 이제 담으셨다. 어머니의 밤에는 하얗고 깨끗하고 지고지순한 박꽃이 피어나고, 어머니의 밤하늘에는 세상에서 가장 맑은 샛별이 돋는다. 

진순분 시인은 시 ‘냉이꽃’에서 “들녘에 지천이던// 풀뿌리 죽 쑤어먹고// 꽃대궁으로 채운 허기// 꽃잎처럼 흔들릴 때// 어머니 골진 이마에// 푸른 별이 떨어졌다”라고 써 어머니의 애환을 노래했다. 

[불교신문3465호/2019년2월23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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