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야, 너는 먼저 선정에 들어라”

선정ㆍ지혜 성취한 덕운스님
선재에게 염불삼매문 실천해 
‘어벤져스’ 능력 갖추라 권해

“선재야. 네가 부처님처럼 살고 싶다고 하는 그 마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이다. 모든 사람들은 부처님처럼 살고 싶다 생각만 할 뿐, 막상 행동으로 옮기질 못하는데 너는 간절히 원하고 있구나. 부처님처럼 살려면 부처님의 지혜를 지녀야 한다. 너는 앞서간 선배 선지식들을 만나 그들의 경지를 배우고 그들을 뛰어넘거라. 이제 남쪽을 향해 가라. 승락국의 묘봉산에 이르러 덕운 비구를 찾아가 부처님처럼 사는 법에 대해 여쭈어라. 자세히 일러주실테니 그대로 실행하라.”

선재동자는 그 길로 나와 며칠을 걸어 승낙국 묘봉산에 도착했다. 산 정상에 올라 덕운스님을 찾아 일주일을 헤매고 있을 때 산봉우리 사이를 유유히 걸어 다니는 스님을 보았다. 단숨에 달려가 엎드려 절한 뒤,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스님! 저는 선재입니다. 제가 부처님처럼 살고자 하는 보리심을 내었지만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행을 닦아서 보현의 행을 속히 이루는지 모릅니다. 스님께서 상세히 일러 주신다 하여 왔사오니 부디 자비심으로 보리심을 성취하는 길을 알려주소서!”

“그대가 이미 보리심을 내어 보살행을 물으니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처음으로 보리심을 일으켰다는 것은 위로는 구경의 진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일체중생을 교화하겠다는 마음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발심이다. 초발심시변정각, 믿음을 전제로 한 것이며, 믿음이 충만하면 부처를 이룬다는 신만성불(信滿成佛)의 믿음을 말하는 것이다. 선재여, 자세히 들어라. 먼저 부처님을 뵙고자하는 믿음의 안목을 항상 지녀야 한다. 나 역시 자재하고 확고한 이해력을 성취하여 믿음의 눈이 청정하고 지혜의 빛이 밝아졌을 뿐이다. 덕분에 경계를 두루 관찰하여 온갖 장애를 벗어나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기억하고 찾아가 모든 부처님께 예경하고 공양을 올렸으며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고 정법을 지니고 시방의 부처님을 항상 뵙고 있다. 하지만 많은 대보살들의 끝없는 지혜와 청정한 수행의 문을 내가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단다. 다만 나는 뛰어난 21개의 염불삼매문을 성취하여 보현행원을 실천하고 있다.” 

삽화=손정은

덕운스님은 십주(十住)의 초발심주 선지식이다. 부처님을 향한 믿음을 내는 것이 발심이다. 열 가지 믿음을 모두 성취하면 발심주에 도착한다. 내 마음이 부처님과 연결되면서부터 지혜가 뚜렷이 밝아져 긴 밤의 어둠을 깨뜨리므로 승락(勝樂)이라고 부른다. 

스님이 묘봉산에 있는 것은 산이란 그침(止)이다. 마음이 고요하여 산과 같이 흔들리지 않으면 자연 번뇌망상이 멈춰 안정된 마음이 되는 즉시 바른 지혜가 생겨나는 오묘한 경지를 드러냄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게 되는 번뇌망상을 잠재우는 것은 참선이나 명상으로 얻어지는 마음의 안정인 선정이다. 모든 지혜는 선정에서 생겨나며 선정이 거듭될 때 삼매의 경지에 들어가게 된다. 삼매에 들었다는 것은 이제 타인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덕운(德雲)’은 이런 삼매를 성취한 스님이다. 덕을 구름처럼 갖추었다는 뜻이니 구름은 온 세상에 두루하고(선정), 윤택하며(복덕), 그늘을 만들고(자비), 비를 내려주고(지혜) 있으니 선재도 염불삼매문으로 믿음의 안목을 높이고 직접 실천하여 어벤져스 정도의 실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현실에서 자기 고민이 지나친 사람은 일상이 불행하기 때문에 절대로 다른 사람을 돕거나 구할 수 없다. 부처님처럼 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먼저 자신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한다.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은 사람이라야 어둠을 밝히는 등불 같은 지혜를 획득하여 장애 없는 삶을 산다. 선정과 지혜, 그 모든 것을 갖춘 덕운스님이 묘봉산 정상에서 선재를 향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선재야. 너는 먼저 선정에 들어라. 선정으로 이룬 지혜의 광명을 높이 들고 일체 중생을 구하려는 비원(悲願)으로 중생을 모두 제도하는 날까지 이 거룩한 원행을 그치지 않겠노라 약속하라.” 덕운스님은 선정과 지혜의 염불삼매문 21개를 그대로 선재에게 전해주어 보살행의 레벨업을 획득하게 해주었다.

[불교신문3465호/2019년2월23일자]

원욱스님 공주 동학사 화엄승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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