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윤동주 시 ‘편지’에서 


윤동주 시인이 쓴 동시들 가운데 한 편이다. 눈이 내려 세상이 온통 흰 빛인 때에 누나 생각을 한다. 누나가 간 나라에는 눈이 귀해서 누나에게 눈을 부쳤으면 한다. 흰 봉투에 흰 눈 한 줌을 담아서. 어떤 사연도 적지 않고 흰 눈만 담아서. 깨끗한 흰 빛만을 담아서.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우표를 붙이거나 주소를 적을 필요도 없다. 누나의 마음에게 가는 동생의 서신이기에. 보고 싶은 마음을 흰 눈처럼 꼭 쥐어 뭉쳐 보내는 것이기에. 예민하고 고운 동심이 담긴 시다. 백설(白雪)과도 같은 순수한 마음이 쓴 시다. 

[불교신문3463호/2019년2월16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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