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불기 2563 (2019).2.17 일

사이드바 열기
상단여백
HOME 복지&상담
“작은사랑이 세상을 깨웁니다”‘작은사랑 후원회’ 만든 정목스님
서울 정각사 주지 정목스님.

“나 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모두 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루아침에 세상을 전부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아요. 다만, ‘작은사랑’을 통해 작게나마 도움을 받은 몇몇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선택이 그래도 틀리지 않았다는 걸 느낍니다. 누군가의 인생에 긍정적인 작은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면 세상도 조금씩 바뀔 수 있지 않겠어요?”

‘힐링멘토’ ‘방송인’ ‘작가’ 등 여러 가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정목스님이지만 백혈병 환아 돕기 ‘작은사랑’ 후원회를 만들어 21년 동안 해마다 치료비 전달을 해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작은사랑이 세상을 깨웁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작은사랑’ 후원회를 스님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 같지만 해가 저물어 세상이 깜깜해질 때, 빛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길 모퉁이에 등불을 켜는 마음으로 꾸려나가고 있다”고 했다.

스님이 백혈병 환우에 남다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서울대병원 법당 지도법사로 있을 때다. 병원을 처음 찾은 건 1986년, 당시만 해도 예불 올릴 곳 하나 없어 법회가 있는 토요일이 되면 향로와 촛대를 보자기에 싸 들고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했다. 어디든 좋으니 법회 올릴 곳 하나 마련해달라는 스님 말에 당시 불자이자 서울대병원장이었던 한용철 원장이 어렵게 4평짜리 공간을 마련해줬다. 뛸 듯이 기뻤다. “부처님을 모실 수 있어 좋았고 의지할 곳 없는 아픈이들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았다”고 스님은 말했다. 

10년 가까이, 병실을 찾아 기도하고 법당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토닥이며 죽음과 삶, 그야말로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가슴이 아닌 피부로 느꼈다. 스님 가슴을 아프게 친 건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갓난쟁이 아기, 기껏해야 이제 막 30세 남짓 됐을 젊은 부모들이었다. 

“이제 막 한 가족의 새로운 삶이 시작하려 할 때, 가장 행복해야 할 그 때, 아기가 눈을 뜨기 도 전에 치료하기 힘든 병에 걸려버리면 한 가정이 파괴돼요. 전 그걸 눈으로 직접 봤어요. 아이가 아프면 부부의 삶도 망가져요. 아이를 치료하느라 직장도 가정도 모두 잃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이들에게 100만원, 200만원, 300만원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내가 잘 알아요. 지금이야 완치 가능성도 높고 얼마든지 좋은 치료를 받을 기회도 많아졌지만 그때만 해도 적은 금액이라도 지원이 간절했거든요.”

처음 시작할 땐 1년에 1억2000만원도 모으기 힘들었던 후원금은 해가 갈수록 늘었다. ‘간절하면 온 우주가 돕는다’는 말마따나 그 힘들다는 IMF 사태가 왔을 때도 ‘작은사랑’ 후원은 끊어진 적 없었다. “정각사가 작은 절이라 그리 여유가 많진 않아요. 처음엔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어도 과연 계속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신기하게 여태 단 한 번도 돈이 모자라 후원이 끊긴 적 없어요. 조금 부족할까 싶으면 누군가 보시를 하더라구요. 정 안되면 제가 여기 저기 발로 뛰어다녔구요. 저도 때마다 후원금을 보탠답니다.”

강의하랴 방송하랴 후원금 보태랴 매일 전국을 바쁘게 뛰어다니는 정목스님이지만 외출할 때마다 귀 따갑게 잔소리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기도비 내기 어려워 사찰에 못 오는 분 있게 하지 말라. 어렵게 발걸음한 분 한 명 한 명을 부처님 대하듯 해라.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라. 고통을 짊어진 분들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따뜻한 사찰로 만들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 노력하는 스님이 많을수록 신도들도 불교에 마음을 연다.”

“누군가를 도울 때 더 신심이 난다”는 정목스님은 수행자로서 ‘작은사랑 후원회’를 이끄는 것에 대해 간단한 말 한마디만 남겼다. “아주 작은 친절과 배려, 사랑,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소중한 한 생명을 대할 때 부처님께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경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여백
여백
여백
여백
icon
"SNS에서도 불교신문
뉴스를 받아보세요"

kakaostory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