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신흥사 성도절 예술제를 갔다가 웃음이 절로 나왔다. ‘더 이상 아이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미취학 아동부터 초중고생, 대학생까지 젊은 열기로 절집이 ‘와글와글’ 소란스러웠기 때문이다.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앳된 목소리로 부처님을 노래하는 천진불들, 그 어린 동생들을 이끄는 ‘절언니 절오빠들’ 성숙한 모습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당황스러운 일은 다음에 벌어졌다.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 위해 단상에 올랐던 회주 성일스님이 난데없이 눈물을 터트린 것. 올해 세수 75세를 맞는 나이가 무색하게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던 스님은 잠시 뒤 “부처님의 지난 6년 고행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곁에 있던 주지 선관스님은 물론 행사를 위해 사찰을 찾은 수백 명 신도들까지, 이내 감정의 여파가 옮겨지면서 어린아이 어른 막론하고 행사장은 금세 눈물바다가 됐다.

보는 이까지 울컥하게 만든 건 75세 회주 스님의 순수, 스님 아픔을 제 것처럼 받아들이는 신도들 진심이었다. 성도절마다 부처님을 떠올리며 속상해할 스님을 위해 신흥사 신도들은 바쁜 일상에도 틈틈이 짬을 내가며 예술제를 준비했다고 한다. “우리 친정어머니 같다”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면 지금 우리 스님 같았을 것”이라 입을 모으는 신도들 말마따나 스님은 평소에도 신도들 이름을 하나하나 외워가며 집안 대소사를 챙겼고 신도들 역시 이런 스님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포교’, ‘포교’ 이야기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간과할 때가 많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신행, 수행, 봉사 등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본질적으로 마음에 있다. 신흥사 스님들이 애경사까지 하나하나 챙기며 신도들을 대할 때, 그들도 “불교가 우리 곁에 있구나”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감동이 비로소 불교에 대한 마음을 열게 하고 척박한 땅에서 포교 꽃을 피울 수 있게 하지 않았나 싶다. 

[불교신문3457호/2019년1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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